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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을 위하여/김이영 한양대 교수·신경정신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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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정신을 위하여/김이영 한양대 교수·신경정신과(화요세평)

입력
1997.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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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정신건강법 첫 시행/사회도덕성 회복없이 제도와 법만으로 정신건강증진은 착각4월4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정신보건법이 시행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래선지 정신건강증진에 대해 말들도 많다. 그중에는 정신보건법이 시행되니 국민의 정신건강이 많이 좋아지리라는 꿈 같은 말도 있다. 제도와 법으로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잘못된 희망이다.

정신질환의 원인과 발병과정을 생각해 보자. 「내적 소인과 외적 유인이 결합하여 일정한 한계를 넘으면 정신질환이 발생한다」 개인이 정신질환 발병의 취약성을 가지고 있으면 외부의 유발요인이 작아도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고, 반대로 개인의 취약성이 없더라도 외부의 유발요인이 크면 정신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는 도식이다. 물론 이것이 정신질환 모두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내적 소인이란 개인의 정신구조 내부에 존재하는 취약부분이다. 이것도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천성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취약점이다. 유전적 요인, 출생시의 뇌손상, 기타 생래적인 취약점들이다. 다른 하나는 초기성장과정에서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 성격적 취약점을 말한다. 외적 유인이란 스트레스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모든 환경적 요인을 말한다.

정신질환의 발병에는 환경의 영향이 가장 큼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나쁜 환경으로 취약한 성격구조가 되어 내적 소인이 커지고, 여기에 다시 외부의 강한 스트레스가 가해져 정신질환이 발생하는 경우 한 개인을 둘러싼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주된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의 환경으로 아이의 정신구조를 취약하게 만드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건강하지 못한 인간관계, 특히 부모의 부부관계 불협화는 아이의 성격구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잘못된 양육태도다. 일관성없는 훈육, 독선적인 자녀관리, 방임이나 과잉보호, 어린이 학대 따위는 아이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 셋째는 부모 자신들의 생활이 아이의 모범이 되지 못하는 경우다. 부모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생활 태도는 아이를 혼돈으로 이끌고 결국은 도덕불감증의 인간으로 만든다. 이런 조건에서 자란 아이는 정신질환 발병의 내적 소인이 큰 성인이 된다.

현실생활에서 인간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정신질환 발병의 외적 유인이다. 인간은 매를 맞을 때 보다 매를 맞기로 예정되어 있을 때 더 불안하다. 매를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를 때 더욱 불안해진다. 자기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알 때는 힘든 일이 닥쳐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자기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면 불안하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의 불안정은 바로 정신질환 발병의 외적 유인중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미래의 주인공들이 자라는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가정파탄은 날로 늘어난다. 아동학대를 비롯한 가정폭력은 걸핏하면 가족간의 살인을 부른다.

본받을 것 없는 어른들은 도처에서 큰소리치며 살고 있다. 교육이란 것도 건강한 도덕성을 키우기보다 무조건 이기는 것이 제일이라고 가르친다. 미래의 어른들의 정신구조를 취약하게 하는 조건은 이루 열거할 수가 없다.

어른들을 둘러싼 사회는 어떤가? 매일의 신문을 보기가 겁날 정도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이 사회는 질서가 없다. 내일 또 무슨 큰 일이 터질지 알 수가 없다. 우리사회에 윤리가 있는가? 지킬만한 규범이 있는가? 자기가 열심히만 하면 그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나? 불안의 요소, 정신질환 발병의 외적 유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내일의 정신건강을 보장할 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법과 제도로 정신건강대책을 세우려 한다. 그러나 병든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고 도덕성을 키우지 않고는 모든 정신건강대책은 도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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