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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옥 작가·「모터 트렌드」 발행인(내 아이 이렇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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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옥 작가·「모터 트렌드」 발행인(내 아이 이렇게 키운다)

입력
1997.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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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자체보다 가격에 더 관심갖던 아이/결국 ‘적성’따라 경영대 진학아이가 자라 장래 무엇이 될까하는 것은 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대로 자라줄 리도 없고, 원하는 직업을 가져줄 리도 만무하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소망을 품기 마련이다. 부모와 아이의 불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아이의 적성을 빨리 찾아 그에게 맞는 꿈을 키워가게 하는 것이 좋다. 진로를 정하는 데 도움도 되고 서로간의 불화를 미리 방지할 수도 있다.

작은 아이는 어려서부터 어떤 물건을 보면 그 성능이나 작동법보다는 도대체 이 물건 값이 과연 얼마일까 하는 데 더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자신의 장난감이나 문방구의 값을 따져 묻더니 성장해가며 관심의 방향이 갈수록 다양해졌다. 언제부터인가는 보는 것마다 원가를 산출해보고 비싸다 싸다는 판결을 내렸다.

가족이 모처럼 외식을 하기 위해 음식점을 찾아가면 밖에서부터 음식점 규모를 훑어보고 화장실은 물론 주방까지 기웃거려보고 음식이 담긴 그릇을 만져보고 나아가서는 천장에 달린 샹들리에까지 바라보며 이 집을 꾸미는 데 얼마 가량 들었을 것이라며 웨이터나 지배인을 찾아 「이 식당 꾸미는 데 얼마나 들었어요」하는 질문을 거침없이 던져댔다.

그런데 아이가 산출한 추정가는 언제나 근사치를 보여 나를 놀라게 했다. 돈이나 값을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부끄러워하던 나는 아이의 그런 관심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의 관심 가지를 잘라내기 위해 애써 못하게도 하고 야단도 쳐보았지만 늘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대학진로를 정할 때 우리 부부는 안정된 법관이나 의사가 어떨까 아니면 엔지니어가 되면 어떨까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지만 아이는 경영대학을 지망했다. 아이는 마치 자기가 원하던 것이 바로 이것이라는 듯 하루하루 공부하는 것을 그렇게 즐거워 할 수가 없다.

지금도 내가 운영하는 잡지사의 경영상태를 수시로 묻고 자문역할을 해주려고 한다. 『그래, 돈이 사물의 가치척도가 되는 세상이니 네 적성껏 장사든 사업이든 해라. 그러나 돈보다 사람이 더 중하다는 것만은 잊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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