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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2차공판­정태수씨측 반대신문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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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2차공판­정태수씨측 반대신문 연기

입력
1997.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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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서 시간벌기 작전/자금유용·비자금수사에 압박감/국조 등 추이봐가며 대응나설듯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법정진술이 31일 2차공판에서도 불발됐다.

재판부는 이날 정피고인의 변호인단이 『반대신문준비가 미처 돼있지 않다』고 신문연기를 요청하자 이를 수락했고 개정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던 법정분위기는 이내 가라앉았다.

정총회장의 발언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검찰이 정총회장의 아들인 정보근 회장을 전격 구속하고 일가의 재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정총회장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기 때문. 정총회장은 1차공판때와 마찬가지로 검은색 모자에 두꺼운 내의차림으로 법정에 나섰으나 이날 공판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자리만 지켰다.

변호인단은 지난 주말 정총회장을 만나 논의끝에 반대신문을 연기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변호인단이 정총회장의 법정진술을 굳이 미루려는 이유는 뭘까. 이날 휴정시간에 서정우 변호사는 의구심을 표시하는 기자들에게 『수사기록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신문조서도 만들지 않았는데 어떻게 반대신문을 하느냐』고 재판부에 낸 이유만을 반복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변론준비미비는 표면적인 「핑계」일 뿐 사실은 치밀한 재판전략끝에 나온 다목적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즉 재판과 수사, 국회의 국정조사 등 3갈래로 진행되는 현재의 불투명한 상황을 정총회장과 변호인측이 충분히 고려한 재판전략이라는 것이다. 성급한 수를 두느니보다는 일단 변론연기로 시간을 벌어 국회와 검찰의 조사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전략을 조율한다는 것이다.

우선 검찰은 이미 정총회장이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주식취득 등 개인용도로 유용한 사실을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총회장측은 재산환수조치에 그치지 않고 검찰의 수사망이 자금유용과 비자금쪽으로 급속히 좁혀오자 심한 압박감을 느끼는 듯한 분위기다. 이와관련, 허정훈 변호사는 이날 『검찰이 정총회장에 대해 추가기소를 한다지 않았느냐』며 검찰의 수사방향이 반대신문 연기결정의 한 이유임을 시사했다.

국회 국정조사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섣불리 법정에서 뇌물공여 정치인명단이나 비자금 내역 등에 대해 1차수사 당시의 수준으로 진술했다가 새로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재판부에 「괘씸죄」까지 덧붙여지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날 변호인단의 대응태도로 미루어 정총회장이 궁지에 몰려 있지만 당장은 검찰의 바람처럼 한보의 「비밀」을 속시원히 털어놓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변호사는 『폭탄선언은 무슨…』이라며 정총회장의 심경변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정총회장의 법정진술은 4월14일 열리는 3차공판에서는 어떤 형식으로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정우 변호사는 공판후 『재판부가 (반대신문을) 계속 미뤄 주겠느냐』며 다음 공판에서 반대신문을 할 방침임을 밝혔다.

한편 변호인단의 재판전략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검찰은 이날 재판부가 『정피고인의 추가기소가 예정된 것이냐』고 확인하자 『아직 미정』이라고 답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의 신경전도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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