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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 2차공판­지상중계

입력
1997.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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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태씨 “재산등록 피하려 2억 집안 보관”/홍인길씨­은행장엔 경제수석이 더 영향력/신광식씨·우찬목씨­돈 돌려주려고 했으나 기회놓쳐/피고·변호인들 ‘눈물섞인 문답’31일 열린 한보사건 2차공판에서는 홍인길 피고인을 비롯한 관련피고인 9명에 대한 변호인측 반대신문이 6시간동안 진행됐다.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변호인측 신문에 『예』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은 눈물을 섞어가며 참회의 심정과 함께 비운의 가족사를 토로하기도 했다.

◇홍인길 피고인

―피고인은 총무수석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94년 정태수 피고인의 요청으로 외환은행장에게 전화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장명선 행장에게 전화해 한보철강을 잘 부탁한다고 말한 적이 있죠. 그러나 구체적으로 대출규모 등에 대해서는 얘기한 건 아니죠.

『예』

―전화 때문에 불가능한 대출이 가능하게 됐다고는 생각지 않죠.

『예』

―한이헌 전청와대 경제수석에게 『당진제철소 사업초기에는 전폭 지원하다가 공장 다 지어가니 대출 꺼린다』며 정부시책을 꼬집은 사실이 있지요.

『예』

―한수석실에 정보근 회장을 보내 사정을 설명해보라고 한 건 피고인보다는 경제수석이 은행장에게 얘기하는게 더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죠.

『예』

―이철수 전 제일은행장이 한보가 제일은행과 거래하다 부도난 유원건설을 인수했는데 한보가 어려워지면 제일은행도 어려워진다며 은행방침으로 한보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지요.

『예』

―정총회장은 대출을 부탁할 때마다 사례하겠다고 했으나 총선에 나갈때 지원해 달라며 거절한 사실이 있지요.

『예』

―은행장들에게 한보대출을 부탁한 건 당진제철소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간에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였지요.

『예』

―96년 12월 이석채 전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한보 금융지원에 대해 물어본적은 있지요.

『예』

―지난해 12월 정지태 상업은행장에 대출을 부탁했으나 정행장이 한보재무구조가 취약하다며 거절했죠.

『예』

◇황병태 피고인

―주중대사 재임 당시 정피고인이 2회 방문, 중국에서 철강사업을 해보겠다며 피고인에게 자문을 요청해와 조선소 사업에 대해 조언을 한 적이 있죠.

『예』

―3월12일 국회 재경위 속기록을 보면 500억원의 대출경위에 대해 묻는 의원들에게 김시형 산업은행 총재는 정상적인 대출이라고 답변했는데 이 사실을 알고 있나요.

『예』

―지난해 12월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정피고인이 피고인에게 중국투자에 대한 좋은 자문을 해줘 감사드리며 피고인의 후원회에 못가 미안하니 정치후원금조로 받아달라고 2억원을 건넨 사실이 있죠. 이 때 피고인은 정피고인이 정치자금을 건넨 이유를 대중국 투자에 대해 자문을 해준데 대한 감사와 함께 김산은 총재에게 전화해준데 대한 감사의 표시, 또 연말에 관례적으로 받는 정치자금 등으로 생각했죠.

『예』

―피고인의 심경은 어떠한가요.

『아는 사람이 부탁하면 잘 검토하지도 않고 약속하는 등 조심성 긴장감 없는 생활을 해온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지역구민과 국민들에 심려를 끼친 점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검찰 보충 신문)

―지난해 12월 산은의 500억원 지급보증 불가 방침이 피고인의 전화 이후 변경된 사실을 알고 있나요.

『모릅니다』

―피고인은 정피고인으로부터 지난해 12월 2억원을 받아서 은행에도 넣지 않고 집에 보관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공직자 재산등록 문제때문에 은행에 넣을 수 없었습니다』

―사과박스째로 보관하고 있었나요.

『아닙니다』

―후원회때 들어온 돈도 집에 있었다고 했는데 그 돈과 섞였습니까.

『집사람이 관리했기 때문에 모르겠습니다』

―부인은 검찰에서 돈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요

『…』

◇김우석 피고인

―정피고인으로 부터 94년 4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2억원을 받았습니까.

『예』

―정피고인을 만나 『한보를 잘 봐달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의례적인 인사로 알았고 정피고인은 한보 특혜지원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은 채 피고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한국당 송파구 갑지구당 운영과 다가올 총선 재출마 여부에 관심을 보여 정치자금인 줄 알았죠.

『예』

―당진제철소와 34번 국도를 연결하는 산업도로 건설에 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한 것은 이미 계획된 사업이었고 부근 공단 지원을 위한 것이었지 정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대가로 해준 것도 아니고 돈을 요구한 적도 없었지요.

『예』

―비록 대가성은 아니지만 돈 받은 사실을 후회하고 있습니까.

『(울먹이며)예, 위로는 대통령각하와 이수성 전총리 및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신광식 피고인

―공소사실 모두 인정합니까.

『그렇습니다』

―피고인이 은행장에 취임하기 전에 이미 공장이 건설되면 담보를 확보할 수 있는 「후취담보조건」으로 한보에 대한 대출이 이뤄져 있었고 한보가 유원건설까지 인수한 상태였기 때문에 대출을 중단하면 대출금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손실이 커 대출이 불가피한 실정이었죠.

『예』

―은행장 취임이후 정피고인으부터 돈 받은 것은 대출 대가가 아니라 은행장이 되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받았고 돌려 주려고 했으나 기회를 놓쳐 돌려주지 못했죠.

『그렇습니다』

◇우찬목 피고인

―정피고인으로부터 돈 받은 사실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까.

『예』

―한보에 대한 대출은 당진제철소가 국가적 사업이었을 뿐만 아니라 완공 이후 한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전임 행장이 후취담보 조건으로 대출해줬기 때문에 담보확보를 위한 것이었죠.

『그렇습니다』

―하얏트호텔에서 정피고인을 만날때 한보공장에 대해 설명하려는 줄 알았고 선물이 돈인줄도 몰랐죠.

『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피고인은 정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려 했으나 장남이 죽어 이사를 가느라 경황이 없어 돌려주지 못한 것이죠.

『…』

◇이철수 피고인

―한보철강 대출당시 제일은행은 섬유·건설 등 사양산업 위주의 대출에서 철강, 전자, 첨단산업 등으로 대출 구조의 조정작업을 하고 있었죠.

『그렇습니다』

―대출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가 포항제철 다음가는 제2의 제철소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심사부장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임원 등 14명이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결정된 것이죠.

『그렇습니다』

―당시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과 철강산업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은행 수입증대 등이 고려돼 대출이 이뤄졌고 특혜 대출이라고 생각하지 않죠.

『그렇습니다』

―대출 과정에서 청탁이나 압력을 받은 바 있나요.

『없습니다』

◇정재철 피고인

―피고인은 관계와 금융계를 거쳐 정치인으로 투신한 이래 35년간의 공직생활을 거치는 동안 정직을 신념으로 국가발전에 힘써왔고 동료들 사이에서 원만한 조정자역할을 해왔고 대학후배인 피고인 권노갑과 같은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데 이사건으로 법정에 같이 서게 된 것이 참담하고 가슴아픈 일이라고 생각하나요.

『예』

―권노갑을 정태수에게 소개한 배경에는 한보철강문제가 국회에서 거론돼 정치쟁점화할 경우에는 여야의 대립으로 원활한 국회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원만한 국회운영으로 국정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거지요.

『예』

―피고는 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세대교체를 위해 20년이상 정성들여온 지역구를 고향후배인 송훈석 의원에게 물려줬고 95년 정태수로부터 받은 돈을 권노갑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연락이 안돼 권노갑에게도 정태수에게도 돌려주지 못하던 중 이돈을 지구당대회 개최비등 확대개편된 지역구를 관리하는 정치자금으로 사용하게 된거지요.

『예』

◇권노갑 피고인

―피고인은 정태수회장으로부터 93년 3월부터 96년 3월 사이 3회에 걸쳐 각 5,000만원씩 1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국회의원의 직무와 관련한 불법한 청탁이나 사례금명목으로 받은 것은 아니고 단순한 정치자금명목으로 받은 거지요.

『예』

―93년 3월초 받은 5,000만원은 당시 피고인이 같은달 11월에 있었던 민주당 최고위원경선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정회장이 비용으로 쓰라고 준 것에 불과합니까.

『예』

―93년 3월은 92년도 정기국회 국감이 끝나고도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고 93년 2월말부터 3월11일까지는 최고위원 경선으로 골몰했기 때문에 검찰이 공소장에서 주장하는 93년 3월의 청탁성 금품수수는 사실이 아니죠.

『예, 저는 당시 재경위와 한보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국방위소속 의원이었습니다』

―93년 12월말께는 정회장이 정치하는 분이 연말에 여러가지 쓸일이 많을 텐데 경비에 쓰라며 돈을 주어 모두 중앙당과 지구당 운영비 등으로 썼나요.

『예』

―검찰은 정회장이 95년 10월 국감때 정의원을 통하여 국민회의 박태영 의원의 한보관련질의를 무마해 달라고 부탁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정의원으로 부터 그런 부탁을 받은 사실도 없고 더욱이 95년 10월 정의원을 통해 1억원을 줬다고 하면서 6개월이 지난 96년 3월 같은 명목으로 돈을 이중으로 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예』

―정회장이 검찰수사 초기에는 순수한 정치자금명목으로 돈을 주었다고 해놓고 수사중간이후에는 뇌물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정략적인 의도가 끼어든 것이 아닌가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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