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엔 논리적 판단보다 창조적 사고력이 중요/“감성능력 풍부해야 성공한다” 출판계 등 EQ열풍/그러면 ‘이성’은 배제해도 되나「지금, 왜, 감성이 필요한가?」
「제2의 빌 게이츠」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컴퓨터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일본 소프트뱅크사 손정의 사장과 일본 소니사 오가 노리오 회장의 대담집 「감성의 승리」는 이렇게 도전적인 질문으로 시작된다. 세계적인 기업의 두 브레인은 지금, 왜 하필 「감성」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21세기를 앞둔 지금, 「인간으로 돌아가자」며 감성의 신대륙을 탐험했던 낭만주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일까?
감성 재발견의 열풍이다.
최근 국내 출판계에서 일고 있는 EQ(감성지능지수:Emotional Intelligence Quotient) 붐. 「감성능력이 풍부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 EQ는 성공학의 새로운 모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Q 관련 책만도 10여종. EQ계발 전문 학원과 학습 교재까지 등장했다. 여성지나 육아잡지 아이템에서도 EQ는 빠지지 않는 단어가 됐다.
이 「감성 열기」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감성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다가올 미래사회에 대한 예측을 반영하고 있다. 누구나 정보와 지식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를 단순히 이해하고 전달하는 능력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논리적인 판단이나 추론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창조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감성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정보나 지식의 생산은 컴퓨터를 통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감성의 승리」에서 손정의 사장은 「감성이 풍부하지 못한 사람은 소프트웨어 중시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자신있게 주장한다.
그러나 감성에 대한 새로운 평가는 철학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대현(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그간 인류의 지성사는 감성 대이성이라는 이분법적 전제 아래 이성만을 강조해왔다. 이성 중심주의의 철학적 전통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것이 인간의 감성을 새롭게 이해하자는 것이다. 이성과 감성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정교수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가능케 하는 감성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인간을 이해하는 균형있는 시각을 회복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감성 대 이성」이라는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인다.
김기현(서울시립대 철학과) 교수. 『감성을 재평가하자는 것이 감성에서 이성적인 측면을 배제하고 단순히 「감각적이고 충동적인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는 최근 대중문화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감성주의」의 상업적인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인간의 감성능력을 측정하고 수치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EQ의 가설에서 확인되듯 감성을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오히려 인간의 다양한 감성을 통제하거나 표준화하려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디어에 의한 감성의 통제와 조작 가능성을 경계하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대중들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대중매체가 감성을 획일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는 「감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도 이때문이다. 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이 날로 증가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위치와 조건을 새롭게 구성해야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것이 더욱 설득력있는 분석일 것이다.
◎EQ의 허와 실/다양한 감성 수치화 가능한가/IQ문제점 보완 긍정측면속 확대해석은 곤란
95년 하버드대 심리학 박사 출신의 다니엘 골먼의 저서 「감성지능」은 발간한 지 두달 만에 50만부가 팔리며 EQ 열풍을 몰고왔다. 골먼은 「똑똑한 것이 무엇인지 재정의하자」며 「감성지능이 뛰어난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EQ가 새로운 학습모델로 받아들여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Q는 IQ를 우선시해온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는 추세다. 자신의 감정과 충동을 절제하고 남의 감정을 배려하며 인내심을 갖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감성능력은 청소년 교육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 또한 만만치 않다. 먼저 골먼의 주장처럼 인간 감성의 다양한 측면을 수치화할 수 있냐는 것이다. IQ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EQ의 유용성은 인정하지만 이를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Q는 미국 예일대 교수 피터 샐러비가 제안한 감성지능(EI:Emotional Intelligence)을 지나치게 대중적으로 이해한 것이다. 감성을 수치화하는 것은 매우 조심스런 문제다』 EQ 전문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우(한국 교육 심리센터원장)씨의 지적이다.
「감성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인 성공은 말할 수 있지만 개개인이 생각하는 성공은 매우 주관적이고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또 EQ가 제안하는 「성공적인 인간형」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얼마전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 「왜 지금 EQ인가」를 제작한 허태정 PD는 『EQ는 미국 빈민층 청소년들의 사회적응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HEAD―START) 프로그램과 하트 스타트(HEART―START) 프로그램에서 나온 개념이다.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회에 적응하는 인간은 물론 바람직하겠지만 자칫 체제순응적인 인간을 양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문용린(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EQ를 우리 풍토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라며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삶의 지혜, 총체적인 대응능력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성을 팔고 산다/기능만으로 소비자공략 못한다/디자인·이미지 파는 마케팅 등장
86년 일본 마쓰다 자동차의 야마모토 회장은 미국의 한 대학 강연회에서 「감성공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감성공학」은 8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기업의 마케팅환경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비자를 이해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그렇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단순히 제품의 기능성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더이상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 없게된 것이다.
대량 소비의 시대가 지나가자 양보다는 질, 기능적인 필요보다 개성과 취향에 따른 다양한 소비행태가 나타났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구매 동기에서 감성적인 측면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능이 같은 제품일 경우 디자인과 색깔 등 자신의 감성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한 제품의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이른바 「하이테크」시대에서 「하이터치」시대로 전환하게된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새롭게 등장한 마케팅 연출방법이 바로 「감성 마케팅」. 기능이나 필요가 아니라 디자인과 브랜드가 주는 이미지를 소비하는 「감성소비」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디자인과 패션 관련 산업은 「감성소비」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산업. 80년대 중후반 이들 산업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감성 마케팅」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신세대를 겨냥한 제품과 광고. 『신세대를 대상으로 한 광고나 마케팅 전략에서 감성적인 접근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상매체에 익숙한 신세대는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보다 이미지 중심의 감성적인 호소에 쉽게 태도를 결정하는 것 같다』 제일기획 마케팅팀 김대영 차장의 말이다.
그러나 감성 마케팅이 언제나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닐 뿐더러 기업 마케팅에서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아니다. 불황기에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구매패턴으로 돌아가게 되고 기업 또한 변화하는 소비자의 구매패턴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마련이다. 「감성 마케팅」이 80년대 일본의 거품경제시대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새겨볼만하다.<김미경 기자> ◎당신의 EQ지수는 김미경>
감성지수 측정에서는 어려운 상황을 얼마나 낙관적으로 받아들이냐가 중요하다. 다음 문항은 어떤 가정된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들이다. B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A를 선택하는 사람에 비해 감성지능지수가 높다.
▲배우자의 생일을 잊었다.
A.원래 생일을 잘 기억 못한다.
B.다른 일로 정신이 없었다.
▲도서관에 연체료 10달러를 내야 한다.
A.읽고 있는 책에 열중해서 연체된 것을 잊어버렸다.
B.보고서를 쓰는데 너무 열중해서 책을 반납해야한다는 것을 잊었다.
▲친구에게 화를 벌컥 냈다.
A.내 친구는 항상 나를 괴롭힌다.
B.내 친구가 그때 화가 나있었다.
▲몹시 기진맥진해있다.
A.긴장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
B.나는 이번주에 특별히 바빴다.
▲친구가 당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말을 했다
A.그 친구는 언제나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고 말을 한다.
B.그 친구가 기분이 나빠서 나에게 화풀이한 것이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졌다.
A.스키 타는 것은 어렵다.
B.그때 길이 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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