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 많은 밤나무 숲/산업화와 더불어 시들어 ‘영약의 본가’ 명성 상실보약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오골계는 엄밀한 의미에서 토종닭은 아니다. 중국 당나라시대 한반도에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골계는 원래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이다. 역시 중국에서 오골계를 도입한 일본은 독자적으로 품종을 잘 개량해 토종이나 다름없는 개체로 보존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품종개량이 아직 불완전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서 견사와 같은 부드러운 깃털을 지닌 집단은 찾기가 힘들다. 앞으로 과학적인 사육관리를 통한 순수품종의 고정과 보존이 숙제로 남아있다.
경남 양산 대라리(현 부산 기장군)의 오골계 사육지는 일제강점기에 천연기념물 제135호로 지정됐다. 주변에 밤나무숲과 지네가 많고 맑은 계곡수가 흘러 오골계 사육에 적합지로 손꼽혔다. 하지만 부산이라는 대도시와 인접한 대라리는 산업화와 더불어 오골계 사육지로서의 기능을 점차 상실하게 되었고 81년 9월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대라리를 비롯, 전국적으로 오골계가 멸종의 위기에 놓여 있을 무렵인 80년 4월 충남 논산군 연산면(현 논산시)이 오골계의 사육지(천연기념물 제265호)로 새로 지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계룡산 자락이 감싸고 있는 연산면 화악리는 이제 순종 오골계의 본가로 자리잡고 있다.
몸이 약한 사람이나 식도락가들이 굳이 오골계를 찾는 이유는 탁월한 약효때문이다. 본초강목이나 동의보감에는 이 닭이 신경통 부인병 고혈압 당뇨 타박상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심지어 조선시대의 폭군 연산군은 왕실을 제외하고는 오골계를 먹지 못하게 했으며 이를 어기면 관직을 빼앗았다는 야사가 전해질 정도로 오골계는 예부터 영약으로 알려져왔다.
오골계는 깃털이 검은 것과 흰 것, 반점이 있는 것 등 여러 종류가 있으나 뼈, 부리, 다리 등은 모두 검은 색이며 살도 회색 빛을 띠고 있다. 크기는 재래종 닭과 비슷하며 발가락이 다섯개인 것이 특징이다. 성격이 예민하고 산란율과 번식율이 약해 보존이 그만큼 어렵다.<이기창 기자>이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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