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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허주 딜레마’/협력관계 간파 타진영서 과잉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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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허주 딜레마’/협력관계 간파 타진영서 과잉반응

입력
1997.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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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론 득보다 실… 거리두기 고심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허주(김윤환 고문의 아호)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대표와 허주가 협력관계에 있음은 정치권에선 이미 반공지의 사실이다. 두사람은 「물론」 동반관계임을 부인한다. 아직 때가 아닐 뿐더러, 제휴관계가 기정 사실화할 경우 현 시점에선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이대표의 「허주 딜레마」는 양자간의 관계가 너무 일찍 타 대선주자진영에 간파당한 데 비롯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허주의 신한국당 연찬회 발언 파문이다. 허주는 발언의 진의와 전후맥락이 와전됐음을 극구 해명했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과 거국내각 구성 가능성을 언급한 그의 발언은 정치권에 간단찮은 파장을 몰고 왔다. 허주의 발언을 두고 민주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일각이 격앙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것은 그와 이대표의 「관계」를 염두에 둔 때문이었다. 허주의 발언은 이대표를 측면지원하기 위해 띄운 정치적 애드벌룬 아니냐는 게 발언의 저의를 의심하는 측의 생각이다.

이대표 진영이 허주발언 파문에 곤혹스러워했음은 불문가지다. 이대표는 29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한가지 말에 너무 과잉반응을 보여선 안된다. 연찬회분임토의란 무슨 얘기든 할 수 있는 곳 아니냐. 나도 그 자리에 있었지만 김고문의 말은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허주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대표측의 곤혹스러움은 허주의 발언이 이대표에게 아무런 정치적 실익을 주지 못할뿐 아니라, 발언내용 자체가 두사람간의 「합의사항」에도 어긋난다는 데 있다. 두사람은 김대통령 보호를 통한 정국안정이 현단계에선 긴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게 양 진영의 공통된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단이 벌어진 것은 허주의 모든 행보를 이대표에 「걸어」 해석하는 정치권의 시각과 인식이 엄존함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서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임을 예고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대표의 딜레마는 허주가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도 있다. 이대표가 허주를 택한 것은 민주계를 기회비용으로 판단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허주의 정치력과 경험, 민정계 대표성에 대한 「상쇄적」 상품가치 인정이었다. 그러나 일반의 예상과 달리 민주계는 여전히 당내에서 힘의 균형상태를 유지하는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6공말과 달리 허주는 이대표 대선체제의 완결을 의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표의 정치입지 확보뿐 아니라 허주의 역할공간 구축을 위해서라도 양자는 적정한 거리두기를 시도해 나가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데 두 사람의 고민이 있다.<홍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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