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테베의 서쪽 나일강 건너편 사막의 절벽에는 옛 이집트왕조의 왕들의 무덤이 있다. 소위 「왕가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이다. 왕자 공주들의 무덤까지 합하면 무덤수는 수백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무덤중 도굴범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도굴범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이집트 12왕조때의 도굴범 재판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봐 피라미드의 역사보다 더 오래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왕들의 무덤에는 값비싼 부장품이 들어있기 때문에 이를 노리는 도굴범의 활약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도굴범들의 성공률은 아주 낮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왕들의 무덤의 규모가 엄청나게 큰데다 아주 복잡해 헛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왕들도 자신과 함께 매장되는 값비싼 부장품들을 도굴범들의 손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하에 은밀한 안치실을 만들기도 했다.
도굴범들이 얼마나 설쳐댔는가 하면 한 마을 전체가 3000년에 걸쳐 제왕의 무덤속에 있는 부장품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은 자기들만이 아는 제왕의 무덤을 마을 전체의 공동재산으로 삼고 차근차근 파헤쳤다. 아이로니컬하게도 19세기말부터 20세기초에 걸쳐 이들 무덤에 대한 학술조사는 도굴범의 기술과 재능에 힘입은 바가 컸다.
고분이 있는 곳에 도굴범이 있다는 이야기를 뒷받침이나 하듯 중국 지린성 지안시의 고구려 고분벽화중 장천1호 고분의 벽화가 도난당했다. 이 벽화는 귀부인행렬도 수렵도 무용도 등에 고구려 인물이 100여명이나 등장하는 민족의 귀중한 자산이었다.
그만큼 가치가 있었기에 도굴의 손길이 미칠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남의 나라영토 안에 있다고 내팽개쳐 두는 바람에 도난되고 말았다. 벽화는 일반 부장품과 달리 한번 뜯겨나가면 그 자체가 훼손이란 점에서, 이번 벽화도난 사건으로 민족혼이 상처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 대책이 시급하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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