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자금융통 겨우 명맥·아예 폐업도한보의 부도어음이 돌아오고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할 「잔인한 4월」을 눈앞에 둔 사채시장이 냉각상태를 지난 기능마비상태로 치닫고 있다.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일부 업체들이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고 있으나 사채시장의 자금중개기능 상실로 헛걸음질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급전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으나 사채시장의 자금이 바닥난 상태인데다 대부분의 사채업자들이 금리를 불문하고 자금융통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 명동과 강남역 일대에 몰려있는 사채업자들은 은행대출이 막힌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우려되는 「4월 금융대란설」속에 그동안 사채업의 고유영역이었던 기업의 융통어음할인이 한계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고 일시적인 영업정지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장기업의 어음이면 십중팔구 어음할인이 될 수 있던 사채시장 경기가 최근들어 대형 건설업체나 30대 그룹의 어음이라도 『함부로 거래하지 말라』는 「상식」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최근 부도설이 나돌고 있는 몇몇 기업의 경우 급전을 구하기 위해 수백억원대의 어음을 사채시장에 내놓았다가 4∼5일도 채못돼 회수하기도 했다.
사채시장의 이같은 「동면현상」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당국이 시중은행에도 종합금융회사 등 제2금융권과 같이 융통어음할인을 허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사채시장의 어음할인이 매력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의 어음할인을 종금사들에 연결해주는 자금중개역할도 극심한 불황으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사채업자들은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긴급·단기자금을 융통해 주는 업무로 명맥을 유지하거나 일부는 부동산업 등으로 업종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압박에 허덕이는 일부 중소업체들은 담보를 조건으로 하는 당좌수표를, 서민들은 집주인의 인감도장이 첨부된 전세등기까지 사채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있으나 급전구하기가 여의치 않다.
간판을 내린 사채업자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명동에서 A무역상사라는 간판으로 사채업을 하고 있는 한 사채업자는 최근의 연쇄부도여파로 500억원정도의 자금을 떼이게 되자 아예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명동사채시장의 한 관계자는 『돈을 떼인 사채업자들이 변호사 등을 찾아다니며 채권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신통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일부 사채업자는 부동산 투자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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