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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유흥지’ 서울관광은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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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유흥지’ 서울관광은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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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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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고층빌딩·향락시설 밀물속 문화유적도시의 품격 실종「한국 관광의 메카」로 알려져 있는 고도 경주. 지난해 석굴암과 불국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국제적인 유적지로 인정받았지만 외국 관광객의 발길은 끊어지고 부산 대구 등 인접 대도시의 유흥오락지로 전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분과 고층빌딩, 룸살롱과 단란주점 등 향락시설이 뒤범벅된 기형적인 도시로 변모해 문화유적도시로서의 모습을 급격히 잃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은 900여만명. 외국인은 일본인 33만8,700여명, 미국인 2만9,300여명 등 51만 2,000여명으로 전체의 5.5%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55만5,600여명의 외국인이 찾아왔던 89년 내국인 관광객은 537만9,000여명. 7년동안 내국인은 60%나 늘어 났으나 외국인은 오히려 10%정도 줄었다.

경주대 관광개발학과 변우희 교수는 『외국어 안내책자도 제대로 없는 등 국제관광지로서의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며 『문화유적을 제대로 소개할 전문안내원도 턱없이 부족해 유적지에 대한 설명을 부실한 안내판에나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개탄했다.

잇달아 솟고있는 고층빌딩과 각종 향락시설도 외국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고도제한법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른 규제가 고무줄식으로 적용된 때문이다. 변교수는 『신라문화제 등 각종 이벤트도 보기 민망할 정도로 조잡하고 형식적』이라며 『관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성호 기자>

◎서울/교통수단 열악·영문 길안내 엉성/관광안내소도 시내 10곳뿐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이 혼자 서울시내 관광에 나선다면 그건 차라리 「탐험」에 가까울 것이다. 도로 표지판의 영문표기는 알아보기 어려워 렌터카 이용이 불가능한 데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도 무리다. 서울시청과 한국 관광공사가 설치한 관광안내소는 모두 10개. 그나마 김포공항의 2곳을 빼면 서울 전체를 명동입구나 광화문 등 8곳의 안내소가 담당하고 있어 『안내소 찾기가 관광지 찾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결국 시내관광을 위해서는 4개 여행사의 「버스투어」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투어 코스는 경복궁과 민속박물관, 비원, 조계사, 전쟁기념관, 남산 서울타워가 고작이다. 가격은 1만4,000∼2만5,000원이고 소요시간은 3시간30분∼6시간30분. 들르는 곳마다 1시간 정도로 체류시간이 정해져 있어 경복궁의 경우 전체를 돌아볼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특히 기념품점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경복궁의 기념품 코너에서는 우표, 엽전, 신랑 신부나 원앙새 인형 등을 판매하고 있다. 지방 신혼부부들이 서울로 신혼여행을 오던 옛날에 팔던 물건을 그대로 외국인들에 팔고 있는 것. 다른 곳의 기념품점도 조악한 싸구려 물건이 대부분인데다 부채, 「효자손」 등 외국인들의 기호와 동떨어진 품목도 많다. 또 인사동이나 이태원, 동대문·남대문시장, 롯데월드 등 쇼핑할 만한 곳에 가려면 4명 이상이 모여 따로 비용을 부담해야만 갈 수 있다. 「관광따로 쇼핑따로」식의 이중경비를 외국인들이 달가워할 리가 없다. 버스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S여행사측은 『하루 10명도 안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는 없다』고 실정을 호소했다.<염영남 기자>

◎강원도,열리지 않은 관광보고/산악철도 관광자원화 필요/‘폐광개발’에 미래달려

검붉은 바위와 어울린 푸른 바다, 끊임없이 나타나는 해수욕장, 적송이 우거진 설악산 오대산….

강원 동해안 지역은 이런 자연조건에 힘입어 90년대 들어 연 15%대의 관광객 증가율을 보여 왔고 전국민이 1년에 한번은 찾는 국민관광지가 됐다. 그러나 관광객수의 꾸준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은 오히려 해마다 줄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9만 3,000여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30%이상 줄었다. 국제공항이 하나도 없을 만큼 교통이 불편한 데다 자연경관 외에 외국인에 보여 줄 문화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급 관광지인 설악산, 오대산, 경포대 일대는 여름철이면 접근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버리고 민박집까지 동이 난다. 바가지 요금은 비수기에도 관광객들의 짜증을 돋운다. 비수기인 요즘에도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경포대 민박집에서 나온 「삐끼들」이 진을 치고 있다. 『경포대 가서 주무시고 아침 해돋이를 보셔야죠. 민박방이 이제 한개밖에 안남았습니다. 3만원만 내시면 봉고차로 모시겠습니다』 그러나 경포대에 가보니 1만∼1만5,000원인 민박집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한편으로 강원 내륙지역도 무한한 관광 잠재력을 갖고 있다. 강릉역에서 기차를 타고 가로 지르는 강원 내륙의 비경은 절로 입이 벌어질 정도다. 태백선을 타고 묵호→동해→신기→마차→고사→도계→나한정→통리→태백→고한→사북→문곡→신동→영월을 지나며 보는 기암절벽과 숲은 등산철도를 타고 대하는 스위스의 환상적인 경관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군데 군데 상처처럼 남은 폐광과 쓰러질 듯한 빈집조차 아름답다.

일제때 석탄과 목재 수송을 위해 산을 깎고 돌을 뚫어 놓았던 철로는 제천∼백산 구간의 전철화를 제외하고 수십년 동안 변한 것이 없다. 국내 유일의 산악철도라 할 태백선은 하루 7번 여객열차가 다니는데도 승객이 없다는 게 철도청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선로를 복선화하고 2∼4량의 관광열차를 자주 운행하면 강원 내륙지역은 물론 동해안 지역의 관광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철도청의 누적 적자가 극심해 계획조차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 지역의 앞날은 2005년에 끝날 「폐광지역 개발」에 달려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참여기업이 마구잡이식 개발에서 벗어나 「산세를 살린 개발」로 마지막 관광자원을 지켜 줄 것인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황영식 기자>

◎외국인이 본 한국관광/어디가든 똑같은 마을/관광지 묘미 못느껴

지난해 가을 친구와 부여에 놀러 갔다. 일본의 안내책자에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마을」이라고 소개돼 있었기 때문이다. 느릿느릿 흐르는 백마강과 백제멸망에 얽힌 얘기를 간직한 부소산 등을 마음속에 그리며 서울을 떠났다. 고속도로를 달려 부여에 도착해 보니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였다. 역사의 마을이라는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10분 정도 걸어 도착한 백마강과 부소산. 역사적 유적이 현대식 마을 가운데 덩그러니 남은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에는 유명한 관광지가 많다. 나도 이미 서울 시내를 비롯해 제주도 설악산 부산 대전 안동 등 10곳 이상을 구경했다. 어디에 가든 「마을 모습이 다 똑같지 않나」하고 약간의 실망을 느껴야 했다. 나는 지금까지 대학시절 이탈리아에 배낭여행을 갔다 온 것을 비롯, 미국 태국 싱가포르 등지를 여행했지만 유명한 관광지는 마을전체가 관광지화해 있는 인상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근대적인 건물조차 없고 중세양식의 벽돌집 뿐이다. 집집마다 베란다는 제라늄 등 갖가지 꽃으로 치장돼 있고 거리에서는 지저분한 휴지조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치 1,000년전의 마을로 길을 잃고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집모양과 색깔은 유럽풍이다. 관광객은 길을 걷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 진다.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 탓인지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고 가꾸려는 의식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관광지에 가더라도 별다른 묘미를 느낄 수 없는 것 아닐까.

역사적 유적이 많은 마을은 버스터미널에서부터 하수도 뚜껑까지 유적지의 멋을 살리는 전통적인 디자인으로 한다든가, 바다가 자랑인 마을이라면 마을 전체를 바다와 어울리는 형태와 색깔로 가꿔 나가는 것도 한가지 방법일 수 있다. 마을 표정이 약간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관광객의 뇌리에 남는 인상은 크게 달라져 집에 돌아 가서도 그 마을 분위기를 다시 맛보고 싶어질 것이다.

끝으로 많은 일본친구들이 입을 모아 한국을 칭찬하는 것이 있다. 바로 편리한 고속버스다. 웬만한 곳은 1만원이면 가고 버스전용차로가 있어 교통체증 염려도 별로 없다. 외국인도 안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할 수 있다. 최근 물가가 오르고 있지만 한국의 자랑인 고속버스만은 되도록 요금을 인상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외국인으로서의 바람이다.<고미 요지(오미양치) 도쿄(동경)신문 기자·연세대 외국어학당에서 한국어 연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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