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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즐길 것은 적은데 비싸기만…/작년 입국자 16년만에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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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즐길 것은 적은데 비싸기만…/작년 입국자 16년만에 감소

입력
1997.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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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전통놀이 드물고 서울 1일 체재비 세계 7위/호텔 숙박비 아시아 2위/교통체증·안내서비스 부족도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368만여명으로 95년보다 1.8%가 줄었다. 전년도에 비해 입국 외국인이 줄어 든 것은 80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내국인 출국자는 465만명으로 95년보다 21.7% 늘었다. 관광수지는 수입 54억1,900만달러, 지출 69억7,000만달러로 15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관광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세계관광객은 지난해 5억9,000만명으로 95년에 비해 3,000만명이 늘어났고 관광수입도 3,932억달러에서 4,200억30만달러로 7.5%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지역도 관광객이 크게 늘어 95년 8,300만명에서 8,900만명으로 7.9% 불어났고 관광수입도 727억달러에서 822억달러로 13% 커졌다. 세계관광산업의 호황속에서 우리나라의 관광수지 적자는 국내 관광산업의 심각한 문제점을 일깨워 준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이 이처럼 위축된 것은 「해외관광 과소비」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볼거리나 즐길거리는 적은데 경비는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에서 경복궁 비원 등을 처음 보았을 때 독특한 건축양식에 매료돼 「역시 5천년의 전통을 가진 나라」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서울의 다른 고궁과 경주를 돌아보고 난 뒤에는 모두 똑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기대했던 문화축제나 전통놀이를 볼 수 없어 실망했습니다』

미국인 라스 새더(39)씨가 털어 놓은 한국관광 소감이다. 그는 『도시국가라고 해야 할 싱가포르나 홍콩도 놀이와 이벤트가 워낙 많아 고르는 데 애를 먹을 정도인데 관광자원이 훨씬 풍부한 한국에 볼거리가 이정도 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영국인 행크 스코트(47)씨는 『골프를 치기위해 가이드에게 부킹을 부탁했더니 「여행중 골프는 전례도 없거니와 한국사람도 부킹이 쉽지않다」고 거절하더라』며 『일본이나 괌 등지에서는 손쉽게 골프를 즐겼는데 한국에서만 안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런데도 국내 물가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비싸다. 지난해 WTO가 조사한 세계 주요도시 1일 체재비 비교자료를 보면 서울은 395달러로 모스크바 도쿄(동경) 홍콩 싱가포르 등에 이어 7번째였다. 또 지난해 8월 홍콩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특급호텔 하루 숙박비는 146달러로 도쿄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번째로 비쌌다. 외국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서울 이태원상가의 상품도 이제는 태국 등 동남아국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심각한 교통체증과 안내서비스 및 관련인원 부족 등도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말 외국인 관광객 900명을 대상으로 여행중 불편했던 점을 물은 결과 「교통혼잡으로 인한 시간지체」가 16.5%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영어소통 장애」 12.9%, 「영어 표지판 미비」 10.9%, 「영문 관광정보 및 안내책자 부족」 8.4% 등의 순이었다. 경남 진주에 머물렀던 영국인 마이클 하워드씨는 『호텔의 전화교환원이 영어를 못해 방에서는 영국으로 전화를 할 수 없어 로비의 공중전화를 사용해야만 했다』면서 『호텔에는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없어 도대체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녀야 할 지 막막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관광안내소는 전국 91개소로 프랑스의 5,000개, 영국의 750개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또 겉으로는 관광진흥을 외치면서도 번번이 투자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는 정부의 정책이 이런 허다한 문제점의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유성식 기자>

◎대책 및 개선방안/호텔요금 내리고 볼거리 늘려야/4계절 특성 살린 관광상품과 산·바다 활용한 레포츠 개발/국민 친절운동도 필요

한국 관광산업의 문제점은 흔히 「총체적인 부실」로 요약된다. 산적한 문제 가운데 비싼 숙박요금의 인하와 볼거리 개발, 레포츠의 상품화를 우선 과제로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이장춘 교수는 『단순히 보는 관광에서 벗어나 즐기고 쉬는 관광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추세』라며 『우선 세계 6, 7위에 드는 비싼 호텔요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금의 10%인 부가가치세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징수하는 교통유발 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산업용 전기요금 징수율을 적용해 주면 현재 호텔요금의 25% 가량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그다음으로 요구되는 것은 관광상품의 개발. 정부나 관광업체 관계자들은 흔히 『마땅한 관광자원이 없어서 외국인이 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만 관광자원면에서 우리나라가 뒤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무주에서 열린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보러 온 한 외국인이 무주는 「동양의 알프스」같고 제주도와 설악산도 절경이라고 칭찬하더군요. 왜 이렇게 좋은 곳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는 얘기였어요』 이교수가 전한 한 외국인의 지적대로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관광자원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역사적 유적이 도심 곳곳에 남아있고 전통사찰이 위치한 수려한 산, 긴 해안선과 바다 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개발여하에 따라 훌륭한 관광지가 될 수 있다.

샤프여행사 함춘범 이사는 『봄과 가을은 「역사가 숨쉬는 관광의 나라」, 여름에는 해수욕 관광, 겨울에는 「겨울 스포츠의 천국」 등으로 4계절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 홍보해야 한다』면서 『산과 바다를 활용해 각종 해양·산악 레포츠 시설을 갖추면 보는 것과 즐기는 것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관광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고유의 전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경쟁력이 큰 관광상품』이라며 『탈춤이나 사물놀이처럼 지방마다 특색있는 전통 민속놀이를 호텔 등에서 공연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언젠가는 관광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광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 관광업계의 혁신노력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공중도덕과 질서를 지키려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도 훌륭한 「관광자원」임은 물론이다.<염영남 기자>

◎외국의 관광정책/주변국과 연계 매머드 관광벨트 조성/개별지역 홍보 지양,생활·예술 마케팅/관광휴양지 조성기업에 금융·세제혜택

싱가포르는 국토면적이 640㎢로 서울시 크기에 불과한 도시국가다. 그러나 지난해 관광수입은 135억달러로 우리나라(54억달러)의 2.5배에 달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730만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였다. 이같은 관광실적은 도시전체를 레저타운화해 동남아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싱가포르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과감한 투자가 낳은 성과라 할 수 있다.

싱가포르의 관광정책중 특히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무한관광」프로젝트. 자국이 지니지 못한 매력을 보완하기 위해 주변국과 연계한 관광단지 개발로 매머드 관광벨트를 조성하는 것이다.

대표적 예가 인도네시아 빈탄섬에 싱가포르 자본으로 건설한 아시아 최대의 휴양단지 「빈탄 리조트」이다. 이 리조트는 싱가포르에서 카페리선으로 45분거리에 위치해 있고 바다와 삼림, 초원 등 자연조건과 콘도, 골프장을 비롯한 위락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싱가포르를 경유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이런 관광벨트를 계속 넓혀 나갈 계획이다.

프랑스가 지난해 273억달러의 관광수입을 올려 관광대국의 자리를 굳힌 것은 결코 물려 받은 문화유산과 자연조건 덕분만은 아니다. 최근 프랑스 관광공사는 개별관광지 홍보중심의 마케팅전략에서 벗어나 프랑스의 생활과 예술을 중점 홍보주제로 선정, 전직원의 60%인 200명 가량을 외국에 상주시키면서 연 1억800만프랑(약 170억원)을 광고비로 쓰고 있다. 국가 이미지를 앞세운 새로운 개념의 홍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프랑스 관광정책의 또다른 강점은 관광산업에 관한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영세호텔업자에게 파격적 이자로 시설 확충자금을 빌려주는 것은 물론, 관광단지를 조성하고자 할 때는 대상부지를 수년전의 농지가격으로 공급하고 공사비는 장기저리로 융자해 준다.

이웃 일본은 87년 「종합보양지역 정비법」을 제정, 관광사업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 법은 관광휴양지 조성사업에 참여한 기업에 각종 세제 및 금융혜택을 주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주도록 했다. 92년 나가사키(장기)현 152㏊의 부지에 건설돼 단기간에 국제적 관광명소로 떠오른 네덜란드풍 리조트 「하우스텐보스」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기업의 경영노하우가 어우러져 성공을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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