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훑기 박차… 단서없어 장기화 가능성한보그룹 정보근 회장의 구속으로 한보 재수사가 초반부터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현철씨 의혹사건 수사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김씨 의혹사건 수사는 ▲김씨의 측근인 (주)심우 대표 박태중(38)씨의 재산형성 의혹과 ▲김씨의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은 21일 박씨의 자택과 사무실 5곳에서 압수한 경리장부와 서류, 디스켓 등을 정밀분석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리베이트 수수설과 관련해서는 독일 SMS사의 국내대리업체인 크로버무역 전기명 사장을 25일 불러 조사했다. 또 한때 박씨 소유였던 의류업체 (주)파라오의 전 대표 김영주씨도 같은 날 불러 코오롱그룹이 이 회사를 31억원에 인수한 경위를 물었다. 이와 함께 박씨가 93년 사들인 카사두손빌라의 전소유주 김의일씨를 26일 불러 매매경위를 조사한데 이어 27일에는 에메랄드호텔 전 사장 이명희(여)씨를 불러 박씨가 이 호텔을 인수하려 한 경위도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김현철씨에 대해 제기된 무수한 의혹들 가운데 어느 것도 뚜렷한 범죄단서를 잡지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과 관련해 설비도입을 중개한 국내업체 관계자들은 검찰조사에서 『설비도입 계약에 박씨가 개입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계약서상 대리인으로 올라있지도 않다』며 김현철씨의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박씨의 부동산매매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은 한결같이 『정상적인 거래였으며, 가격도 시세에 따라 적정하게 매겨졌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세청의 협조를 받아 박씨의 부동산 매입자금 출처를 추적하는 한편 압수자료를 토대로 관련자들 진술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은 또 조만간 박씨를 소환,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토대로 이권개입과 재산축적 과정의 의혹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이처럼 김현철씨 의혹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포착되지 않음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김씨주변 훑기작업에 치중할 방침이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한보사건과 달리 김현철씨사건은 의혹만 부풀었지 구체적인 범죄단서를 찾기는 쉽지않아 시간을 한정하지 않고 차분하게 다각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수사가 장기화할 것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특히 「2천억원 리베이트설」이 한보 재수사와 맞물려 다시 부각된데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듯하다. 한 수사관계자는 『리베이트사건은 설사 사실이더라도 밝혀내기 어려운데다, 현재까지 조사결과 김씨가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따라서 검찰은 최소한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지금처럼 김씨 주변인물들을 통해 방증자료를 확보하고, 재산 및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출처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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