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명 주저없이 목숨 끊어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26일 발생한 집단 자살사건 역시 남미의 「인민사원」, 유럽의 「태양의 사원」 신도 떼죽음처럼 종교적 맹신이 빚어낸 비극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수사당국의 조사결과 기독교에 뿌리를 둔 사이비 종교집단 「천국의 문(Heaven’s Gate)」 신도 39명은 미확인 비행물체(UFO)를 타고 천국에 가서 영생을 얻겠다는 신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대부분 첨단 컴퓨터업무에 종사하는 전문가였으면서도 자신들의 운명에 관한 한 원시적 사이비종교의 주술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했다.
집단자살을 불러온 교리내용은 이들이 인터넷에 개설해 놓은 「천국의 문」 웹사이트에 상세히 나타나있다. 이들은 『우리들이 원하는 것은 인간의 진화단계를 졸업하고 천국에 있는 존재들과 함께 고차원의 생명을 얻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또 「아버지」가 다스리는 천국의 구성원들이 UFO를 타고 와서 지구라는 「정원」을 창조했다고 주장했다. 지구에 심어두었던 「인간」이라는 식물이 영혼을 담을 만큼 충분히 진화하자 천국 구성원 가운데 한명이 「아버지」의 명을 받아 UFO로 지구에 도착, 예수의 육신을 빌려 현신했다는 것이다.
4,000년만에 한번 지구에 접근하는 헤일 밥 혜성의 출현은 이들에게 집단자살을 결행케 하는 계시로 받아들여졌다. 이들은 자살 며칠 전 웹사이트에 게재한 메시지에서 『「아버지」는 헤일―밥의 접근이 우리가 기다리던 계시임을 분명히 말씀하셨다』며 『지구에서 행해 온 수업을 마치고 UFO를 탈 때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말 이후 헤일―밥 혜성의 꼬리 뒤에 UFO가 숨어 비행중이라는 소문이 인터넷이나 라디오 토크쇼를 중심으로 확산돼 온 것도 이들의 자살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잠시 영혼을 담아온 육신을 버리고 UFO에 동승, 천국으로 가는」 신도들은 죽음 앞에서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이들은 자살직전 즐거운 표정으로 작별인사를 하는 장면을 비디오 테이프에 담아 과거 동료나 목사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자신들의 「휴거」를 알렸다. 검은색 유니폼으로 통일한 39명의 남녀노소는 각각 5달러25센트를 「노잣돈」조로 주머니에 남긴 채 진정제를 넣은 음식과 보드카를 먹고 차례차례 지구를 떠났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광신도 집단 자살일지
▲97.3.22=캐나다에서 「태양의 사원」 신도 5명이 집단 분신자살. 신도들은 자살이 시리우스라고 부르는 별에서의 새로운 삶으로 인도한다고 믿었다. 최근 3년간 태양의 사원 추종자들의 자살은 유럽과 캐나다에서 74명에 달한다.
▲95.12.23=프랑스 알프스 산맥 부근 그르노블의 한 불에 탄 가옥에서 태양의 사원 신도 16명이 시체로 발견. 이들은 마루에 별모양을 지어 누워있었다.
▲94.10.5=스위스당국, 태양의 사원 관련자 51명의 시체를 농가와 산장에서 발견.
▲93.4.19=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사교집단 「다윗파」 지도자 데이비드 코레시와 80명의 추종자들이 경찰과 51일간 무장대치끝에 집단 자살.
▲90.12.13=멕시코 티후아나에서 12명이 종교의식 과정에서 숨졌다. 이들은 과일음료에 소독용 알코올을 넣어 나눠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78.11.18=가이아나 존스타운에서 광신집단인 「인민사원」 지도자 짐 존스의 추종자 900명 이상이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을 탄 포도음료를 마시라는 그의 명령에 따라 음독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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