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자민련 김종필 총재,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 등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오는 4월1일 경제영수회담을 열기로 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있는 일이다.김대통령이 김대중 총재의 제의를 받아들여 이루어지게 된 이번 영수회담은 우선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당리와 사익을 떠나 국가적 위기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는 점을 평가할 만하다. 난장판처럼 어지러워진 정치 때문에 경제위기가 한층 더 심화됐다는 점을 감안해 보더라도 정치 지도자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난국타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영수회담에서 당장 무슨 묘방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이 경제회생을 위해 초당적 협력의 자세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사기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나라에 중심이 잡히고 정치불안이 진정되는 것만으로도 경제는 상당한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제1 야당을 이끌고 있는 김대중 총재가 경제회복을 위한 구체적 처방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동참과 고통분담을 호소한 것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김총재가 제안한 에너지와 사치성 소비재 농산물 등의 50억달러 수입감축 운동, 월수입 5% 저축운동 등은 귀담아 들어볼 만한 대목이다. 예산 2조원 삭감과 금융개혁 등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시책과도 일치하는 내용이어서 하기에 따라서는 여야 정치권이 합심해서 정부의 안정화 시책을 강력하게 밀어주는 모습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김총재가 『노동자는 임금인상 요구를 최대한 자제하고 먼저 기업을 살리는 데 적극 참여하도록 하자』고 호소한 것도 인기와 표를 의식하는 야당 총재로서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경제회복을 위해 초당적인 자세로 할 말은 하고 도울 것은 돕겠다는 자세를 보인 것이라 하겠다.
김총재의 말대로 국가경제의 위기 앞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고 노사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기업과 국민의 입장이 다를 수 없다.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내 일처럼 동참하는 자세를 가져야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 이번에 열리는 여야 경제영수회담이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인 단합, 동참을 이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야당이 제안한 「경제위기 타개 공동대책위원회」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영수회담에서 원칙과 대강을 논의한 다음 3당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로 구성되는 위원회를 만들어 당면 경제현안을 풀어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체제를 유지해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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