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위원회의 「9월 신학기」제안이 교육계에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교육체제를 완전히 뜯어 고치는 엄청난 변혁이다. 예상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교과서 내용, 입시 일정, 교원 인사발령 및 기업체 신입사원 채용시기 등 수많은 제도의 변경도 불가피하다.<편집자 주> ◎찬성 입장/이칭찬 교개위 전문위원·강원대 교수/혹한기 대입·외국과 학기달라 유학 등 불편/일시적 번거로움 보다 ‘효율교육’ 더 중요 편집자>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교육사회, 평생 학습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우리나라 교육개혁은 무엇보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교육의 효율성 증진을 통한 수준높은 교육, 질 높은 교육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학기제의 개선 방향도 바로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 교육의 효율성을 증진하고, 학생들의 불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된 것이다.
우리나라 각급 학교의 학기제는 3월에 시작하는 2학기제로 여러 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학습자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3월 신학기가 늦겨울에 시작해 신체적 심리적으로 준비가 덜 갖춰진 초등학교 신입생들이 학습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일년중 가장 혹독한 추위가 닥치는 12월에서 1월 중순 사이에 각 대학의 입학시험이 치러지고 외국의 각급 학교로 유학하는 학생들과 외국에서 국내로 되돌아 오는 학생들은 6개월 내지 1년여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현재 일본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선진국의 학기제는 9월에 신학기가 시작하고 있다.
이외에도 생활여건이 나아지고 있는 요즈음 가족단위의 휴가를 즐기려고 해도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가진 경우, 짧은 방학기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가 어렵다.
학교교육의 효율성을 높여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데 있어서도 현 제도는 문제가 많다. 초·중등학교는 한학기 110일의 수업 일수를 채우기 위해 2월중 약 2∼3주를 실제 학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방학이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낭비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현재의 학기제로는 학교의 시설운영이나 설비의 활용을 충분히 할 수 없을 뿐더러 방학기간의 효과적인 운영도 기할 수 없다.
물론 개혁에는 상당한 혼란이 예상되고,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학기제의 변화도 예외가 아니어서 앞으로 시간을 두고 여러가지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울러 학기제의 변화는 교육과정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해야만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제8차 교육과정이 개정될 예정인 2005년을 학기제 변화의 시점으로 삼아 예상되는 여러 문제점의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초등학교 입학자 수의 급증이나 재학생의 증가에 따른 시설, 교사의 문제, 교육과정 재구성 문제는 커다란 혼란없이 해결이 가능하다. 대학 진학자의 일시적 증가문제 역시 2003년 이후 줄어드는 인구와 연계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수립이 가능하다. 예산 회계연도의 조정문제도 있고 미쳐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새로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행정적 곤란이나 번거로움 때문에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의 미래는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손에 달려있다.
◎반대 입장/김종건 한국교원대 교수/사회체제·국민 생활리듬 변화 ‘일대혼란’/현행제도 보완 ‘2월 신학기’ 고려해 볼만
교육개혁위원회는 21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61년 이후 30여년 동안 실시돼온 3월 신학기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9월 신학기제를 제안했다.
교개위는 현행 3월 신학기제에서는 혹한기에 상급학교 입시가 실시돼 수험생과 가족들이 많은 고통을 겪는데다, 2학기가 중간에서 단절돼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등 시간 낭비가 많은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9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선진외국과 학기제가 달라 외국에서 귀국하거나 외국으로 유학가는 학생들에게 많은 곤란을 주는 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은 어느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으며 이 때문에 3월 신학기제의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9월 신학기제 실시가 여러가지 이점을 안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혹한기가 아닌 6월에 상급학교 입시를 실시할 수 있고, 2학기의 중간 단절과 2월의 시간 낭비를 해소할 수 있으며, 겨울 방학은 짧은 반면 여름방학이 길기 때문에 여러가지 과외활동을 활발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유익한 방학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선진 외국의 학기제와 일치하기 때문에 국제화 시대에 적합한 학기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9월 신학기제를 실시하는 것은 단순히 학기제만의 변화가 아니다. 학기제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체제, 나아가 사회체제의 변화까지 요구하게 된다. 9월 신학기제가 실시되면,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개정뿐만 아니라 학교의 학사운영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국민들의 생활양식이나 생활리듬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기업체 신입사원의 채용시기의 변화등 사회체제와 제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그리고 9월 신학기제가 정착되기까지 몇년동안 각급 학교의 학생 수가 약 1.5배로 늘어나서 학교의 시설과 예산, 그리고 교사의 대폭적 증원이 필요하며, 상급학교 진학생 수가 급증해 입시지옥이 가중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학기제의 변화 와중에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학생들은 뜻하지 않게 많은 불이익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이러한 9월 신학기제의 문제점과 혼란을 예상할 때, 과연 이렇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9월 신학기제를 실시해야 할 것인가라는 의구심을 금할 수 없다. 9월 신학기제보다 현행 3월 신학기제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혼란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한 대안으로서 교개위가 제시한 또 한가지의 대안, 즉 2월 신학기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비록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2월 신학기제는 9월 신학기제보다 3월 신학기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교육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미 군정이후 실시하다 국가재건위때 변경/정착될때까지 부작용·혼란 최소화가 관건
현행 3월 신학기제는 61년부터 지속돼왔다. 46년 미군정 조선교육심의회가 일제시대의 3학기제를 9월에 시작하는 2학기제로 바꿨으나 우여곡절끝에 국가재건최고회의가 학년초를 3월1일, 학년말을 2월말로 변경한 것. 그 후 큰 변화없이 존속돼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도 거의 없었다.
학기제 논의의 토대는 현재의 학기제가 여러가지 점에서 비효율적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교개위는 초·중·고교의 경우 2월 한달간이 겨울방학 후에 편성돼 있어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지 않는 교육적 낭비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초등학교 입학시기인 3월초는 날씨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계절이므로 어린이가 신체·심리적으로 위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들었다. 대학의 경우 기업체가 4학년 2학기중에 졸업예정자를 채용하는 바람에 정상수업이 어려우며 외국과 학기가 맞지않아 유학을 가거나 귀국시 6개월간의 학력공백 현상이 생긴다고 교개위는 주장한다.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제도 도입에 따른 과도기적 혼란이 엄청나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시행 첫해의 경우 3월1일과 9월1일 입학한 학생이 함께 입학, 취학아동이 종전의 1.5배(약 36만명)로 증가하게 된다. 취학뿐 아니라 3월과 9월 진급하는 학생이 동시에 재학하게 돼 전체적으로 재학생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이에 따른 교원과 시설의 확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진학자 수 증가에 따른 대학입학 경쟁률 증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교개위는 그 대책으로 시행 첫 해 각급학교의 신학기 시점을 일시에 바꾸거나,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해 12년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방법, 시행 3년전부터 졸업과 진학시기를 조정하는 단계적 방안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교개위는 이중 3년간 단계적 실시방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5년 실시를 가정할 경우 2003년에는 졸업 및 진급시점을 2월말에서 12월말로, 2004년에는 다시 10월말로 앞당긴 뒤 2005년부터는 9월학기를 정상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누군가가 학습결손 등의 피해를 봐아하며 교과과정의 혼란 등을 초래하게 된다.
결국 9월 신학기제 시행의 관건은 교육계와 관계당국이 얼마나 부작용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이충재 기자>이충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