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븐에 살살 녹여가며 삶은 감자·피클 곁들여 먹는 강하고 부드러운 ‘맛의 이중주’스위스를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으레 치즈 「퐁뒤」(Fondue)를 떠올리지만 정작 스위스인들은 라클레트(Raclette) 치즈를 더 친다. 스위스인의 라클레트 사랑은 「부모에게서 나고 라클레트와 함께 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치즈 퐁뒤가 치즈에 와인, 소금 등을 섞어 조리하는 것과 달리 라클레트 치즈는 순수하게 치즈만을 사용, 강한 치즈 본래의 향이 훨씬 풍부하고 조직이 부드러우면서 탄력있는 것이 특징이다.
라클레트 치즈의 연원은 500년전 스위스 남동부 산악지대 캉통 발레(Canton Valais)지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지역 벌목꾼들은 모닥불을 피우고 이 불에 점심용으로 싸간 치즈를 녹여가며 도끼날이나 칼날로 치즈의 녹은 부분을 살살 긁어내 삶은 감자와 함께 먹었다. 라클레트라는 이름은 이 「살살 긁어낸다」는 의미의 프랑스어 「racler」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라클레트 치즈는 캉통 발레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우유를 3개월간 숙성시켜 만든 약간 딱딱한 치즈를 말하면서 동시에 치즈의 녹은 부분을 살짝 긁어내 먹는 독특한 식사방법을 지칭한다. 요즘 와서는 「라클레트」라는 이름의 전용 가열기나 오븐에서 200℃의 고열에 치즈 표면을 살살 녹여가면서 각자의 접시에 덜어 내 먹는다.
라클레트 치즈는 바게트빵에 발라 먹기도 하지만 정식은 껍질채 삶은 어린감자와 피클, 칵테일양파를 곁들이는 것이다. 음료수로는 화이트와인이나 연한 맥주, 뜨거운 차가 선택된다.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의 조리과장인 스위스인 레토 에슐리만씨는 『라클레트 치즈는 녹인 뒤 바로 먹어야 특유의 향과 맛을 만끽할 수 있으며 너무 강한 알코올음료는 고단백질 식품인 라클레트의 소화를 저해하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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