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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일각 내각제론 필연인가 우연인가

입력
1997.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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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부 의중 아리송 사태전개 촉각여권일각에서 제기되는 내각제 논의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신한국당 이홍구·이한동 고문이 잇따라 던진 「권력구조 개편」의 화두가 갈수록 긴 여운을 남기며 정가의 중심화제로 부상하고 있다.

야권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오던 내각제논의가 여권 저변에까지 스며든 것은 불안정한 정국상황이 일차적 원인이 됐다. 한보사태와 김현철파문이라는 전대미문의 「권력 스캔들」이 어느새 배타적 독점주의의 대통령중심제에 대한 「저항 논리」를 키운 셈이다.

내각제나 권력분산의 제도화 주장 등은 모두가 절대권력의 폐해를 시정하자는 논리의 토대에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한동 고문은 25일에도 『현행헌법구조가 이상적이냐를 장기적 안목에서 고려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은 500만 인구로 2억의 중동과 대치하면서도 내각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련측에서 즉각 쌍수를 들고 환영했음은 물론이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나라를 이끌어 간다고 자인하는 사람들이 결심한다면 시간이 결코 모자라는게 아니다』며 연내 개헌 세몰이에 박차를 가했다.

내각제 논의를 바라보는 여권 지도부의 시각도 예전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여권은 한보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내각제 절대불가」입장을 고수했다. 내각제를 입에 담는 자체가 금기시될 정도였다. 무엇보다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중 개헌 불가」입장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보사태로 인해 김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개헌논의는 다시 자유방임상태로 접어드는 느낌이다.

물론 신한국당 지도부는 25일 권력구조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권력구조 개편론은 개별 정치인들의 의견제시 정도에 불과하며 경선과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개헌이나 지도체제 개편논의는 시기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대변인 발표가 있었다.

그러나 당지도부의 속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박관용 사무총장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다양한 의견개진자체를 봉쇄할 수는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는 또 『당론도 바뀔 수는 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토론을 거쳐야 한다』면서 『지금은 어려운 난국을 극복하는데 지혜를 모아야할 때』라고 말했다. 어느 한 구석에도 내각제논의자체를 비난하거나 차단하려는 기색이 엿보이지 않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홍구 고문이 과연 김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권력분산이라는 공격적 화두를 갑자기 던질 수 있었겠느냐며 「김심」의 작용여부를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한다.

결국 현재 진행중인 여권일각의 권력구조개편 논의는 결코 제한적이거나 일시적인 논의 수준에 머물 것 같지가 않다. 내각제논의가 확대재생산될 경우 여야정치권은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상당한 변화와 재편기류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활발한 내각제논의는 야권의 DJP구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여권이 가세한다면 이는 오히려 DJP구도를 뒤흔드는 돌발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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