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요즈음 실의와 좌절에 빠져있다. 한보사태와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불경기 체감지수는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선지 오래다. 재벌그룹의 잇단 도산에 외채까지 1천억달러를 넘어서자 「이러다가 남미처럼 경제대공황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돼가고 있다. 이 때문에 민심은 술렁거리고 있고 「4월 위기설」도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심지어 시중에는 지도자를 잘못 선택했다는 얘기마저 공공연히 나오고있다.
우리는 정부수립이후 7명의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이들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과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시중에는 이런 얘기가 나돌기도 한다. 「쿠데타 주역들은 경제라도 잡았지만, 민주화 세력이라는 김대통령은 정치도 경제도 모두 망쳤다」. 실제로 지난 4년간을 되돌아보면 「민주화 세력」의 실체와 한계가 국정곳곳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문민정부 초창기 김대통령은 개혁을 표방하고 권위주의체제를 청산하는 등 국민들의 높은 기대와 호응속에 시쳇말로 「잘 나갔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에 대한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한때 식자층사이에선 『국정은 연습이 아닌데…』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한 실상은 30대의 「젊은 부통령」이 지난 4년간 국가를 좌지우지한 결과로 나타났으니 현정권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됐다.
김대통령은 야당시절부터 대도무문의 신념아래 정면돌파 스타일에 익숙해온 정치인이다. 그는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며 늘상 자신감에 차있었다. 그의 이러한 신조는 야당 정치인시절에는 통할 수 있었다. 때때로 김대통령은 국민들로 하여금 그같은 신조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갖게했다. 오늘의 국정난맥상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착잡하다. 국민들은 지금 국가지도자를 잘못선택했을 경우 국가가 어떤 지경에 처하고, 어떤 불이익을 감내해야 하는지, 그 업보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 정권이 겪고있는 시련과 좌절도 자업자득이 아닐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