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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선언과 적정시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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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선언과 적정시기(사설)

입력
1997.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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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제 경기지사가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할 뜻을 공식선언하여 눈길을 모았다. 그의 경선참여 천명은 여야를 통틀어 예상되는 예비주자중 최초의 선언으로서 이는 앞으로 당내 후보경쟁을 앞당겨 촉발시킬 것이 분명하다. 40대의 이지사는 경선 출마의 변으로 「역동적인 새 리더십」 「젊은 대통령론」 「일꾼 대통령론」을 역설했지만 총체적 난국속에 그의 출마를 보는 국민들로서는 떨떠름한 느낌이었을 것이다.본래 당원이라면 누구든지 대통령후보 경쟁에 나설 수 있다. 당연한 권리행사로서 이지사의 출마선언은 대통령 선거가 9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서둘러 예비검증을 받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또 첫 출마선언은 예비후보군중에서 기선을 잡고 국민적 시선을 모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대통령후보가 권력자에 의해 낙하산식으로 내정되는 것은 옳지 않다. 적어도 1∼2년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정견제시를 통해 당원과 국민들로부터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때문에 우리는 일찍부터 대통령후보의 조기 공론화와 조기 가시화를 주장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지사의 출마는 때늦은 면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수용하는 시기가 중요하다. 지금은 한보비리와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인해 국정이 매우 혼란스러운 국가적으로 위국 아닌가. 게다가 극심한 경기침체로 온 국민이 우울해 하고 있는 이때 출마선언은 어쩐지 걸맞지가 않는다. 한보비리와 김현철씨에 대한 재수사로 진실이 어느정도 규명되고 민심이 안정된 뒤에 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국가적 위기는 김영삼정부의 국정운영의 잘못에서 비롯된 만큼 정치도의상 책임의식을 갖고 당분간 자제했어야 했다. 무슨 이유로 출마선언이 급했는지 궁금하다. 자칫 너도나도식의 대권전염병 때문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왕에 출마를 선언한다면 각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정견과 비전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국가 경영의 철학과 원칙 등의 대강은 밝혔어야 했다. 더구나 현재 한보비리와 김현철씨 의혹이 국가발전의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만큼 이의 처리방안과 난국 극복처방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어쨌든 이지사를 시발로 신한국당의 후보경선선언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정치적 위상과 체면을 감안, 무작정 너도나도식의 출마선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오늘의 난국 수습 방안과 함께 21세기에 대비하는 국가경영의 철학과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과 당원이 지도력과 경륜과 위기관리능력, 그리고 국민화합의 저력을 심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은 최고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의 검증이 어느 때보다, 또 무엇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절실한 숙제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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