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이 떠난 북한,찾은 남한/양성철 국회의원(아침을 열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이 떠난 북한,찾은 남한/양성철 국회의원(아침을 열며)

입력
1997.03.25 00:00
0 0

국민의 시선과 관심이 온통 나라안 한보·현철사태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나라밖 움직임도 함께 봐야 국난이 제대로 풀린다.북한은 지금 「아시아의 르완다」 「걸인수용소」라고 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급하다. 황장엽이 저버린 북한은 현재의 식량난이 2년간 계속된 홍수와 가뭄피해 때문이라고 강변하지만 세계식량계획(WFP)은 모자라는 연 200만톤 가운데 15%만이 천재 때문이고 나머지는 협동농장제도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식량난의 근본해결은 체제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지금 비단 식량뿐 아니라 경제도 정치도 거의 파산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장엽의 망명은 김정일체제의 단말마적 증상이다. 황의 북한정치 실상에 대한 고급정보 증언은 충분한 검증이나 여과를 거쳐 경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우리나라 국내정치에 훈수를 놓는 것은 골수 공산주의자가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격이다. 황과 같은 인물은 저버린 쪽에서는 경멸과 증오의, 찾아온 쪽에서는 경계와 감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북한은 지금 반세기에 걸친 일당부자독재체제에 시달리고 있다. 남한은 김영삼 대통령 부자의 전횡으로 국난을 맞고 있다. 큰 그림으로 보면 30여년간의 고속성장으로 한국은 이제 선진국의 틀(하드웨어)을 갖추었으나, 이에 걸맞는 가치·의식구조, 생활양식, 행동방식(소프트웨어)이 너무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 빚은 부조리, 부패,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과 정부는 여야를 떠나 황장엽문제를 포함, 대북문제를 거국적 초당적으로 대처·대응해야 한다. 황장엽 망명과 그의 입국시기 및 처리·처우방법 등을 놓고 현정권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공작정치를 자행하여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 든다는 의혹과 우려도 깔려있다. 따라서 현정권은 세가지 초당적·거국적 방안을 약속하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통일·안보·외교문제에 여야가 따로 없다면, 정례적으로 황장엽사건과 같은 경우 대통령이 야당당수와 긴급회의를 갖는 관례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실무차원의 초당적인 여야 국가안보 당정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셋째, 북한이 대남적화노선을 공식적·실질적으로 포기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안보차원의 북한무력도발 대비책을 철저히 강구하는 것과 북한동포에 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식량지원문제를 구별하는 이원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 식량난해결에 정부는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한국적십자를 통한 전담형 지원보다는 ①식량지원자의 봉사활동에 아무 제재나 위협이 없을 것 ②직접 또는 검증이 가능한 간접수단으로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지급)된다는 보장 ③식량전달 뒤의 확인 모니터 보장 ④지원받는 자로 하여금 강제나 복종을 강요해서는 안됨 ⑤일시적 식량지원으로 끝나지 않는 완전 해결책 모색 등의 전제조건 하에서 민간차원의 지원도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끝으로 우리는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가진 민족인가 하는 심각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때다.

20세기를 돌이켜 볼 때 우리민족의 전반세기는 제국주의 세력각축의 희생양이 되어 일제 강점을 겪었다. 후반세기는 미·소 냉전속에서 분단의 비극을 맞았다. 지금도 남북한간 집안 싸움도 모자라 남한내 지역이 사분오열되는 싸움까지 하면서 우리의 치부를 들춰내고 있다. 그 사이에 세계는 멀리, 빨리 뛰고 있다. 다시 세계사의 낙오자로 전락하지 않고 21세기 통일된 국가로 웅비하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모든 힘과 지혜를 결집할 때다.<통일외무위 간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