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붉은 광장의 레닌묘에 미라 형태로 안치돼 있는 블라디미르 레닌의 유해를 현재처럼 계속 보존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범민주진영과 공산세력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공방전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14일 언론사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레닌 묘 폐쇄를 위한 여론조성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국가두마(하원)를 장악하고 있는 공산세력은 이 소식을 듣고 『대통령이 「국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불손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규탄하면서 의회차원의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공산당측은 21일 레닌묘의 영구보존문제를 의제로 상정, 행정부의 폐쇄의도를 원천봉쇄하려 했으나 결의안 채택에 필요한 226표를 얻지못해 실패했다.
이 논쟁은 91년 구 소련 붕괴후 최근의 군부제부활논의로 이어지는 그간의 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구 소련을 세운 레닌의 이념과 업적이 완전히 부정되고 새로운 가치관이 이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넘어야할 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옐친 대통령은 93년 10월 의회유혈사태이후 레닌묘의 권위를 상징하던 근엄한 경비병들을 철수시킨 바 있다.
민주진영은 당초 레닌이 처 크롤스카야에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자신의 어머니 무덤 곁에 묻어주기를 유언했다며 유해보존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독재자 스탈린이 정권장악의도에서 레닌의 유해보존을 밀어붙였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공산당측은 레닌묘는 70여년전 수천만 인민들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고 유네스코측도 이미 보호해야 할 역사적기념물로 선정한 만큼 이제와서 이를 폐쇄하는 것은 정치적 음모라고 반박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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