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과 호흡 맞추다보면 사회성·발표력이 저절로외동딸로 집에서 귀염만 받고 자란 최솔(초등3)양은 친구들 사이에서 공주병환자로 통했다. 선생님이 자신만 예뻐해주기를 바라고 양보할 줄을 몰라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은 일도 많았다. 지난해 9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어린이극단 「물꼬」의 단원이 된 후 최양은 더이상 「얄미운 아이」로 불리지 않는다. 6개월 동안 매주 1회 연습실에 나가면서 상대방과 호흡맞추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맡은 단역에도 투정하지 않게 됐다. 장애인문제를 다룬 연극 「우린 서로 친군걸요」를 준비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이해심도 생겼다.
서울 동교동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빌딩 지하에 위치한 어린이극단 「물꼬」. 10평남짓한 지하연습장에서 초등학생들은 1주일에 한 번씩 학교나 집에서 맛보지 못하던 자유를 누린다. 마음껏 소리도 지르고 뒹굴기도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몸풀기나 즉흥극, 역할극도 이젠 썩 잘 해낸다. 이들이 이곳에서 배우는 것은 연기만이 아니다. 바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린이글쓰기 강사로 일해오던 옥영경(32)씨가 지난해 극단을 만든 것은 「연극은 어린이의 자발성과 사회성을 길러주고 인내심, 집중력을 길러주는 좋은 교육법」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89년부터 대안교육에 뜻을 둔 가까운 친구 10여명과 「자유학교를 준비하는 모임 물꼬」를 만들어 글쓰기와 그림강좌를 운영해왔다. 2004년으로 예정하고 있는 대안학교를 설립하면 연극을 교과목으로 채택할 계획이다.
6개월과정의 1기에 11명의 어린이가, 2기에는 30명의 어린이가 단원으로 들어와 교육을 받았다. 2기생인 조상현(초등3)군은 다른 의미에서 문제아였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를 가진 그 때문에 수업은 자꾸 중단되고 연습시간도 서너배로 길어졌다. 그러나 「상현이는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게된 팀원들은 그를 감싸주고 공연에서 그가 욕심내는 역을 양보하기도 했다. 소심한 이선영(초등3)양은 「물꼬」단원이 된 후 학교에서 발표차례가 되면 더이상 머뭇거리지 않게 됐다. 연극을 공동창작한다는 점도 「물꼬」의 특징이다. 30명의 단원을 세 팀으로 나눠 각 팀에 교사가 주제를 제시하면 팀원들은 초등 1년에서 6년까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줄거리를 꾸미고 대사를 만든다.
이들은 지난 23일 공덕동 사랑의 전화 강당에서 「우린 서로 친군걸요」와 교육문제를 다룬 「돌리도」, 환경문제를 다룬 「단군할아버지 땅에 오시다」 등 세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매끄럽고 완성도 높은 연극」은 아니었지만 어린이배우들은 자발적이고 즉흥적인 모습으로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물꼬」는 혼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연습장을 찾아올 수 있는 용감한 어린이를 대상으로 3기 단원을 모집 중이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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