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수락·3역인선 깊숙한 의견교환허주(김윤환 신한국당고문의 아호)는 이제 빈배가 아니다. 「손님」을 태웠다. 3공에서 출발, 5공과 6공의 정권교체기마다 대권창출의 방향키 역할을 해온 허주는 문민정부에 이르러 또다시 대권의 방향키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대선의지를 드러낸 것은 제스처였을 뿐이라는 것이 최근의 행보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허주는 이회창대세론을 앞세우며 킹메이커역을 다시한번 자임하고 나섰음이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이대표와 허주 양측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3일 『대표직 수락에서 최근의 중간당직개편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은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이대표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대표직을 수락한 직후 허주를 만나 당 운영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허주와 상의한 이후 대표직을 수락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대표는 너무나 뜻밖의 대표직 제의에 확답을 못한 채 청와대를 나왔고, 『대표직은 도전이자 기회이며 현 난국을 헤쳐나갈 최적임자는 이대표』라는 허주의 적극 조언에 대표직 수락결심을 굳혔다는 것이다.
원내총무 등 핵심당직 인선에서도 두사람은 깊숙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한다. 애당초 사무총장은 민주계로 정해져 있었던데다 김영삼 대통령의 구상과 이대표의 생각이 별 차이가 없어 박관용카드로 낙점됐다. 그러나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은 김대통령이 이대표에게 인선을 일임했고, 결과적으로는 두자리 모두 허주가 추천한 박희태 의원과 김중위 의원에게 돌아갔다. 허주가 각각 단수로 이들을 천거했는지 여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최적임자로 추천했음은 부동의 사실이다.
중간당직개편도 마찬가지다. 정책조정위원장에서 비서실장까지 허주의 인선구상 대부분이 이대표에 의해 받아 들여졌다고 한다. 중간당직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비서실장에는 당초 하순봉 의원과 함께 L, H, K, P의원이 함께 거명됐다. 그러나 이들 모두 약간씩의 「결격사유」가 있음을 들어 3선의 「파격」에도 불구하고 허주가 하실장을 강력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두 사람간에는 이밖에도 김현철씨 문제, 한보사태, 김대통령 보호, 당 운영, 경선주자 정리 등 제반사안에 관한 폭넓은 의견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두사람이 동반의 길을 택한 것은 양자간의 정치적 이해가 일치된데다, 허주의 적극적인 이대표 접근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정권에서 허주의 킹메이커 역할 비법은 절묘한 시점을 택해 「유력한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는게 정가의 대체적 견해이다. 이번에도 허주는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빈배를 내놓았다.
이대표가 허주의 빈배를 타고 어떻게 격랑을 헤쳐갈지 정가의 주목을 받고있다. 허주는 여전히 정권말기 정국에 「달통한 정치인」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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