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겨레’로의 전락평화를 사랑하는 동방예의지국. 곰곰 씹어보면 찬사가 아니다. 「한반도가 작아지게 된 역사적 사건 21가지」는 우리가 왜 축소의 역사를 걷게 됐는지를 고조선시대부터 조목조목 따져든다.
중국이 장구한 역사와 호화로운 문화로 그들의 시초를 소리 높여 밝히는데 반해, 우리는 겨우 곰과 쑥의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을 민족의 기원으로 내세우고 있다. 책은 이를 「출발점을 잃어버린 역사」로 본다. 삼국시대는 700년 동안을 계속해 분열의 상처를 남겼고, 신라의 통일은 외세의 힘을 빈 통일 아닌 통일이었다. 고려의 천리장성은 같은 기마민족인 거란, 여진과 결별하고 보수와 사대의 길로 들어선 징표에 다름아니었다. 저자는 훈민정음도 문화적 자주성의 소산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중국」과 「성리학 문화」라는 원칙과 타협했음을 보여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현재는 어떨까. 「식객문화」는 재화를 제대로 쓸 줄 알았던 선조들의 지혜였지만, 모두가 재화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이제는 흔적조차 찾기 힘들게 됐다.
저자는 「작은 겨레」로 전락한 우리민족이 미래를 설계할 비전을 가지고 탁 트인 역사를 다시 써야 한다며 이렇게 아픈 사실들을 일일이 찾아냈다고 한다. 두산동아간 7,000원<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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