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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환초 지옥서 낙원으로/한때 미 핵실험장 ‘악마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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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키니 환초 지옥서 낙원으로/한때 미 핵실험장 ‘악마의 섬’

입력
199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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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조류에 방사능 쓸려가/에머랄드 휴양지로 다시 각광지옥이 낙원으로 바뀌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남태평양 마셜제도의 비키니 환초를 다녀온 사람들의 대답은 『약 40년』이다. 미국이 1946∼58년 23차례의 원폭·수폭 실험을 해 악마의 섬으로 불렸던 비키니 환초가 최근 스쿠버 다이빙과 휴양낙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핵실험으로 사막이 된 섬과 오염됐을 바다를 상상하고 이곳에 온 관광객들은 뜻밖에 수십년간 인간의 손이 닿지않은 원시자연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핵실험이 결과적으로 자연을 보호한 역설적 현상이 생긴 셈이다.

이곳이 휴양지로 알려진 것은 최근까지 실시된 6차례의 환경조사에 참가한 과학자들의 평가 덕분이다. 『땅속에 스며든 핵물질 세슘137이 다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사람이 사는데는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환경학자들의 말이다. 바람과 조류가 방사능 물질을 쓸어가 버려 미국의 몇몇 대도시 보다 오히려 잔류방사능 수치가 낮다는 것. 그들은 『야자수가 세슘137을 흡수하기 때문에 코코넛만 과식하지 않는다면 이곳은 기막힌 휴양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휴양지로서의 비키니 환초의 장점은 무엇보다 620㎢에 달하는 넓은 초호(산호초로 둘러싸인 호수). 가장 깊은 곳이 60m에 불과한 초호속에는 항공모함 1척을 포함한 19척의 함정이 가라앉아 있어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 선박들은 모두 미국이 핵폭탄의 영향을 실험하기 위해 사용하고 침몰시킨 것이다.

이곳 초호해저에서 산호초와 침몰선박 사이를 누비는 열대어 바다거북 등을 구경한 다이버들은 예외없이 탄성을 지른다. 다이빙과 함께 에머랄드빛을 내뿜는 산호초 바다와 해변도 매력적이다. 미국 등의 상당수 관광회사에서는 이미 이곳을 대상으로 다이빙 애호가들을 모집해 재미를 보고 있다.

막상 원주민들은 이곳에 돌아오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54년 실시된 수폭실험(히로시마 원폭의 750배 위력)때 환초중 1개가 아예 증발해버린 악몽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제이주된 채 타향살이를 해온 원주민 대부분은 『미국 대통령의 환경안전 보장이 있어야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일부 귀향한 원주민들은 관광회사와 합작으로 비키니 환초에서 다이빙 교습소를 개설하는 등 돈벌이에 나서고 있다.<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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