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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민희경 미국공인회계사(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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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민희경 미국공인회계사(1000자 춘추)

입력
199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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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동안 외국에서 학교 다니고 직장생활도 하며 제법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내가 요즘 말도 잘 통하는 서울에서 가는 곳마다 바보취급을 당하고 있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한보사건은 뉴욕과 도쿄(동경)의 외국은행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이해하려 했던 내게는 미스테리였다. 그많은 실무자, 담당자, 특히 외국은행 같으면 은행장이 아니라 그 누구의 말도 듣지않는 심사부 사람들은 그동안 다 어디에 있었으며, 은행장과 정치인들이 어떻게 그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을까.

미국 같으면 수많은 사람이 인책을 당하고 소송이 꼬리를 물었을 사건이 몇 명의 「거물급 인사」들이 구속되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지는 것을 보면서 머리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입을 열었다가는 바보 취급 당할테니까.

이번에는 대통령 아들 사건이 터졌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우리나라처럼 나이 따지고 위아래 따지는 곳에서 정말로 한 나라의 장관이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어떤 젊은 사람이 오란다고 해서 올까』했더니 『그냥 젊은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 아들 아니냐』는 것이었다. 『대통령 아들이면 아들이지 본인은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대꾸했다가 『그렇게도 뭘 모르냐』는 핀잔만 들었다.

어떤 이는 내가 『대통령 아들에 대한 그많은 소문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더니 대뜸 『현철이 편이냐』고 물었다. 『어쨌든 소문이야 말 그대로 소문이니까 그대로 다 믿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소문이 다 사실인데 왜 못 믿느냐』는 것이었다. 그쯤해서 가만 있었으면 될 것을 『사실이면 사실이라고 하지 왜 소문이라고 하냐』고 물었다가 졸지에 정말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요즘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욕심 때문에 상식을 잃어버리느니 차라리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내가 요사이 갑자기 너무 똑똑해 지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에 대한 이해가 늘어가고 바보 취급도 덜 받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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