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으로 겪었던 비극적 민족사 담은 중편소설 등 글 4편「남부군」의 작가 이태(본명 이우태)씨의 사실상 유고집이 된 창작집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살림간)가 출간됐다. 6일 75세의 나이로 작고한 이씨는 이 책의 말미에 쓸 「작가의 말」을 준비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떴다.
책에는 중편소설인 표제작과 역시 중편소설인 「전쟁사의 언덕」, 회상록의 성격을 가진 「무심천세시기」 「지리산이여 안녕」 등 모두 네 편의 글이 실려있다. 88년 「남부군」을 낸 이후 주로 기록물 성격의 글들을 발표해 온 이씨는 지난해 2월 계간 「상상」에 「전쟁사의 언덕」을 발표하면서 소설 쓰는 일에 집중해 왔었다.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는 주인공 「나」가 실제 남부군 시인이었던 김웅의 유해를 들고 지리산 세석평전에 찾아가 44년 전의 비정한 시대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전쟁사의 언덕」은 일제하 징집을 앞둔 각각 열여덟, 열아홉살의 한·일 청년의 우정과 사랑을 담담하고도 깔끔하게 그려낸 소설.
글들의 성격은 다르지만 이씨는 글쓰기로 하나같이 굴곡으로 점철된 자신의 생애와 민족사를 함께 되돌아보는 작업을 해 왔다. 견실한 서사, 간결한 단문투의 문장에는 흔치 않은 생애를 산 노년의 체험과 이를 담아내는 원숙함이 그대로 엿보인다. 「무심천세시기」중 일제시대 조선어과목이 폐지되던 당시를 쓴 짧은 글 「마지막 교실」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그는 멀지 않아 보였던 자신의 생애의 끝을 예감했던 듯하다.
「5천년―아니 수만년, 이 민족이 살아 온 세월, 그 마지막 벼랑 위에 서 있는 자신의 외로움을 어렴풋이 의식했던 것 같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노스탤지어 같은 것이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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