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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망한 회사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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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망한 회사 배우기’

입력
1997.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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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조기승계·정경유착·외길경영은 피하자”「밤새 안녕하십니까」

몰려오는 부도도미노에 초긴장상태에 빠진 요즘 재계의 인사말이다. 올들어 벌써 한보와 삼미가 쓰러졌고 30대 그룹내에서 부도설에 시달리는 기업만도 10곳이 넘으니 가히 분위기를 짐작할 만하다.

경기침체 시장개방 국재경쟁격화 등 경제환경의 변화에다 「소산」문제로 불거진 정치적 상황까지 더해져 각기업들은 이제 도처에 깔린 위험요소들을 피해 생존을 위한 게임을 하고있는 듯하다. 정부지원이라는 보호막은 벗겨진지 오래됐고 어제의 성장비결이었던 정치적 인간관계는 오히려 치명타로 변한 상황이고 보면 재계의 생존게임은 더욱 힘들어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래저래 「지뢰찾기」가 화제다. 이미 쓰러진 기업에서는 뼈저린 실패담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에선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여러가지 「지뢰」가 거론되고 있다. 물론 부도는 기본적으로 재무구조의 문제이지만 그동안 선례들은 공통된 궤적을 그리며 밟아선 안될 「지뢰」들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으로 얘기되는 것은 「승계 지뢰」다. 최근 30대 그룹 가운데 총수교체를 단행한 그룹은 LG 쌍용 삼미(95년) 현대 코오롱 한보 금호 두산 한라(96년) 등 9개다. 창업1세대중심의 총수들이 연로하기도 했지만 국제화감각을 갖춘 젊은 총수들의 등장은 「젊은 총수=공격경영」이라는 등식으로 통용될 만큼 긍정적인 것으로 이해돼왔다.

그러나 젊은 총수의 승계는 최근 부도사태로 평가를 새롭게 받아야 할지 모른다. 정보근 한보그룹 회장은 35세, 김현배 삼미 회장은 38세로 30대 그룹총수 가운데 가장 젊은 총수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세대총수의 간택과 제왕학과정도 조심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한 현대와 LG의 경우 정상에 오르기까지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려 살아남는 놈을 키우는 엄격한 경영수업과정을 겪었다는 얘기다. 정몽구 현대 회장은 전형적인 가부장스타일의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가혹할 만큼 엄격한 교육을 받았고 회장선임 당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은인자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승계의 완벽한 마무리노력도 얘기되고 있다. 원로그룹의 보완배치, 정책결정과정의 참모기능강화 등으로 승계의 충격을 완화해 신구세력간의 알력을 줄이는 과정을 말한다. 한보그룹은 정보근 회장을 비롯 경영일선에 전진배치된 형제들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참모의 기능이 약화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고 삼미그룹은 임원인사를 통해 상당수 원로들이 너무 빨리 퇴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포트폴리오지뢰」다. 경영에서 위험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는 상식이다. 사업구조의 다각화는 때로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이라고 비난도 받아왔지만 돈이 되는 21세기형 사업을 여러개 발굴, 그가운데 유망한 쪽으로 서서히 무게중심을 옮겨가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해보인다. 그러나 한보는 철강에 너무 목을 걸었고 삼미도 그룹컬러가 철강일색이었다. 한양 우성 유원 등 건설사들의 도산도 적절한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밖에 부도난 기업들은 급한 불을 끌만한 금융기관을 갖지 않았다는데서 「뱅크지뢰」, 아예 정치쪽은 눈도 돌리지 않아야 한다는 「정권지뢰」 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소유와 자본구조를 체질을 바꾸는게 아예 지뢰밭을 벗어나는 첩경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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