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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위장기업서 은닉” 의혹/김현철 수사­리베이트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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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위장기업서 은닉” 의혹/김현철 수사­리베이트 행방은

입력
1997.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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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해외도피 가능성 집중추적/현철씨 95년 스위스 방문도 주목한보철강 설비도입과정에서 김현철씨의 측근 박태중씨가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액수는 어느 정도며 그 돈은 어디에 있는가.

검찰이 21일 압수수색영장에서 구체적으로 거론한 의혹은 박씨가 94년 한보철강의 열연설비를 독일 SMS사로부터 도입하면서 실제 수입가보다 50%이상 높은 가격으로 2중 계약서를 작성, 리베이트 명목으로 2천억원을 받아 현철씨에게 제공했다는 것.

검찰은 일본 고베철강, 오스트리아 푀스트알피네사 등으로부터 설비를 도입할때도 국제시세보다 각 50%이상 비싼 가격으로 도입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영장에 적시해 놓았다. 이와 관련,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은 『한보가 푀스트알피네사로부터 도입한 코렉스설비 2기 가격이 포철의 도입가보다 3천억원이 더 비싸다』며 『박씨가 한보의 설비도입을 중개하면서 챙긴 총리베이트 규모는 5천억∼1조원대』라고 주장했다.

물론 현재까지는 이같은 의혹들중 어느 하나 확인된 것은 없다. 독일 SMS본사나 한국 자회사인 크로바무역, 오스트리아 푀스트알피네측 모두 리베이트제공 사실을 즉각 부인하고 나섰고, 검찰도 『영장발부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세간의 의혹을 영장에 기재한 것일 뿐』이라고 확인된 사실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이 단지 의혹제기 차원의 설을 영장의 혐의사실로 적시하는 관행이 거의 없다는 점, 실제로 검찰이 이미 지난달 중순 크로바무역 관계자를 조사하는 등 상당기간 리베이트자금 부분에 대한 수사를 해왔다는 점, 무엇보다 한보철강의 설비도입가격이 포철이나 외국기업의 동종 설비에 비해 비상식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점 등이 거액 리베이트의혹의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일반화한 커미션율이 3∼5%라는 점을 들어 한보의 설비도입과 관련, 수천억원대의 커미션 조성은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이면계약을 통한 편법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견해 모두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총 5조원에 달하는 한보철강 전체의 설비도입 규모로 볼 때 어떤 형태로든 최소한 1천억원 안팎의 리베이트자금이 조성됐으리라는데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통상 리베이트자금은 구입자측의 비자금으로 조성되는데 중개상의 능력, 지명도에 따라 별도 계약을 통해 상당부분이 중개상에게 들어간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대목은 박씨가 한보철강의 설비도입을 중개하기 전에는 업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30대 초반의 무명인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한보가 단지 박씨만을 믿고 설비도입중개를 맡겼을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현철씨의 대리인 자격으로 박씨에게 일을 맡겼을 가능성이 높고 이럴 경우 당연히 박씨를 통해 현철씨에게 리베이트자금의 상당부분이 건네졌으리라는 것이 검찰의 수사논리이다.

그렇다면 이 돈의 행방은 어디인가. 야권에서는 93년부터 6차례 발행된 한보철강 전환사채의 소유주가 현철씨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고 검찰은 박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서 박씨가 거액의 부동산을 구입하고 (주)로토렉 인터내셔널, (주)우보전자 등 위장기업을 설립, 대리운영해온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자금의 해외도피 부분도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은 23일 『박씨가 홍콩에 자주 드나들면서 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믿을만한 제보를 입수했다』고 주장, 현철씨측의 재산도피 의혹을 강력히 제기했다. 이에따라 현철씨가 검찰의 전직대통령 비자금사건수사가 진행되던 95년 10월께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틀간 체류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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