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은 요즘 경제학자처럼 말한다. 『금리와 환율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게 바람직하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 『부실기업의 처리는 채권자(은행)와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 대학 강단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원론적인 말들이다.하지만 그의 활동무대는 강단이 아니다. 강부총리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기업이 쓰러지고 은행들의 대외신인도가 추락하는 위기의 한국경제 한복판에 서 있다. 그의 말 한마디는 국내외 자금시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 이미 『기업이나 은행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에 건전한 기업도 대출받기가 어려워졌고 정부의 담보로 지켜지던 은행들의 대외신인도가 흔들리고 있다.
재정경제원장관의 권한은 막강하다. 경제정책을 주도하던 옛 경제기획원장관과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던 옛 재무부장관을 겸하고 있다. 금융 세제 예산 등 경제정책의 3대 수단을 쥐고 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준하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의 의장이기도 하다.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국내에서는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은 입이 무겁기로 소문나있다. 각국의 재무장관치고 입이 가벼운 사람은 없다. 때문에 강부총리의 최근 말들은 무책임하다고 느껴지고 일부에서는 「확인사살」(?)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쓰러져가는 기업에 「회생불능」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재무부장관을 끝으로 관직을 떠났던 그가 지난 13년간 경제운영을 밖에서 지켜보며 오죽 답답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강부총리는 말이 말로 끝나지 않는 위치에 있기에 그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불안하다. 그가 기획원과 재무부에 있으며 떠들썩하게 추진했던 안정화조치와 금융실명제가 실패하지 않았던가. 행정가는 정책으로 얘기해야 한다. 강부총리는 경제학자가 아니라 행정가다. 말에 앞서 정책으로 「임기가 없는」 경제를 추스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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