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고문 “권력분산 제도화” 주장/야 내각제론·대선정국 맞물려 주목정치권 저변에 권력구조, 통치체제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내밀하게 내각제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내에서도 권력구조개편의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기류는 대선정국과 맞물려 의외의 정치흐름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권력구조개편론은 「민선왕정」이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로 대통령 1인에 권력이 집중돼있는 현 제도의 문제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 골자는 국가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대통령이 모든 일을 감당하는 체제가 계속되고 있어, 자칫 대통령의 오도된 판단이 국가운명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권력구조개편론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은 21일 국제정치학회 세미나에서 권력분산, 내각제적 국가운영을 주장했다. 이고문은 『현행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활용, 권력분산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이고문은 『대통령이 여당내에서 추천된 사람을 총리로 지명하고 그로 하여금 내각을 실질적으로 통할하도록하자』고 제시했다.
그는 공천권이나 의사결정을 총재가 독점하는 관행의 혁파, 다양한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의 도입 등도 강조했다.
이고문의 주장에 야권의 내각제론자들은 의미있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고문측은 『헌법 테두리내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의미이지, 개헌을 염두에 두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고문 주변에서 권력구조 개편론을 실현시키려는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아직 관념론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정치일정, 국가적 위기상황은 이 문제를 정치권의 주제로 부각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갈수록 경제가 어렵게되고 권력누수현상이 심해지면, 시스템에 의한 통치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될 수 있다.
그 동인의 하나가 야권의 내각제 협상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사이에서는 내각제 도입시기, 방법, 권력분점방식 등이 일반에 알려진 수준보다 훨씬 깊숙이 논의되고 있다. 만약 야권이 내각제가 권력쟁취의 수단이 아닌 나라살리기의 묘수라는 명분을 확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 반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권내에서도 소리없는 움직임이 있다. 김윤환 고문은 원래 내각제주의자이고 이한동 고문도 최근 권력집중의 폐해를 강조했었다. 이고문은 조만간 JP를 만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각제문제만을 논의하는 만남은 아니겠지만, 주된 테마중 하나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일부 중진의원들도 『정치권에서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중심세력으로 발돋움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며 다선중심의 내각제 체제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권력구조개편론이 여권내에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고 야권의 내각제 협상이 진척된다면, 향후 대선정국은 큰 틀의 변화를 맞게될 지도 모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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