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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인 5명중 1명 ‘독거’/혼자 사는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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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인 5명중 1명 ‘독거’/혼자 사는 노인들

입력
1997.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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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 김병정 할머니/실종 아들 있어 보호대상 제외/취로사업서 월 15만원 벌어도 공과금·쌀값 등 빼면 반찬값도 제대로 없어북악산 자락 바위절벽에 붙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5번지의 2평 남짓한 방 한칸은 김병정(82) 할머니의 보금자리다. 옆의 기와집 담과 절벽을 벽삼아 기댄듯 지은 움막같은 집으로 화장실이 없어 가까운 칠보사 화장실을 이용한다. 10여년간 중풍을 앓던 남편이 87년 세상을 떠난 후 줄곧 혼자 살아 온 할머니는 이번 겨울을 무사히 넘긴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5년전 방구들이 고장났지만 고칠 엄두가 나지않아 복지단체에서 얻은 전기장판 한장으로 겨울을 나야 했기 때문이다. 추위도 추위지만 매달 3만원이 훨씬 넘게 나오는 전기요금이 문제였다.

할머니의 한달 소득은 15만∼17만원이 전부. 동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청와대 앞의 무궁화 동산을 가꾸는 취로사업에 나가 버는 돈이다. 일당은 1만7,000원이지만 일이 순번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한달에 열흘 이상은 일할 수가 없다. 전기요금과 1만7,000원 가량의 의료보험비 등 「공과금」으로 6만여원, 쌀값으로 3만∼4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반찬값도 제대로 남지 않는다.

삼청동의 경우 노인 32명이 10만원 가량의 생계구호비를 받고 있지만 할머니는 끼지 못했다. 사업에 실패한 후 행방불명된 차남 등이 호적상 부양가족으로 돼 있어 거택보호 대상자로 지정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생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아와 큰아들 결혼식도 챙길 형편이 못됐어. 데릴사위로 들어 가 사는데 어렵기는 마찬가지야. 애들이 루핑(지붕방수용 기름종이)을 슬레이트로 바꿔 줬는데 더 이상 뭘 바랄 수 있겠어』

옆집이 다음달 개축공사를 할 예정이어서 담을 허물게 되면 할머니의 이 보금자리도 따라서 헐리게 된다. 나중에 다시 틈바구니에 방1칸을 들일 수는 있겠지만 공사기간에는 묵을 곳이 없다. 지난달부터 할머니에게 생계비를 보조해 온 불교계 복지단체 「노인사랑방」의 용법계심 이사는 『김씨 할머니 같이 사회적 보호틀 밖에 있는 노인들은 생계 자체가 곤란한 상황』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95년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김할머니같은 6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은 36만200명. 여성 노인은 5명중 1명꼴로 혼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거 노인에 대한 정부지원은 무료진료, 월소득 등에 따라 달라지는 소정의 생계구호비, 노령수당이 고작이다. 부양해 줄 가족이 없고 월소득 4만원 이하인 극빈층 노인이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도 월 9만9,630원의 생계비와 1일 90원의 연탄운반비, 3만 5,000∼5만원의 노령수당이 전부다.

서울 노원구 상계3동 「노인의 집」에 모여 사는 할머니 3명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이집은 1월말 북부노인종합복지관이 1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노원구 일대의 홀살이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4개소의 집단 거처중 하나.

36세 때 남편을 잃고 『식모살이와 공장일 등 안해 본 것이 없다』는 정순분(76) 할머니는 5년전 전세방에 불이 나 모든 것을 잃었다. 사글세방 얻을 돈조차 없어 쩔쩔매던 정할머니는 상계성당으로부터 지원 받은 돈과 조카한테 빌린 500만원을 합쳐 겨우 단칸방을 얻어 생활해 왔다. 『평생 싼 방을 찾아 이집저집을 옮겨 다녔는데 이렇게 큰 도움을 주는 선생님들이 계시니…. 취로사업 나가 번 돈으로 생활비는 해결할 수 있지만 월세내기는 벅찼어. 너무 큰 도움이지』

함께 사는 최봉신(77)·윤희옥(65) 할머니도 취로사업에 나간다. 각자 쓰레기 분리수거나 제초작업 등으로 번 돈과 생계구호비 등을 합쳐 월 20여만원으로 생활한다. 『고장난 세탁기와 보일러 석유통 고칠 일이 걱정이야. 석유통은 1만원 주고 며칠전에 고쳤는데 또 고장났어. 1만원이면 한 달 약값인데…』

이 집에서 100m정도 떨어진 곳에도 또다른 「노인의 집」이 있다. 이곳의 주인은 이우순(87)·이임순(85) 할머니. 귀가 어두운 이임순 할머니는 보청기를 갖는 것이 가장 큰 소원. 자매처럼 지내는 이우순 할머니의 말을 잘못 알아들어 집안일을 함께 챙기지 못하는 수가 많아 늘 미안하기 때문이다. 조카딸과 함께 살다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이곳으로 왔다는 이우순 할머니는 『자식 얘기는 묻지 마』라며 손을 내저었다.<이상연 기자>

◎“치매,집안서 해결하기엔 고통”/온갖 괴이한 행동에 신경 날카로워지고/남편·시댁식구와 갈등 “복지시설 등 대책 시급”

『치매노인을 모신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은 몰랐어요. 정신적 고통이 엄청날 뿐 아니라 부부·형제간 정도 깨질 판이에요. 부모를 잘 모시면 복받는다지만 저는 오히려 죄를 짓는 건 아닌지 매일 돌이켜 보게 됩니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김양심(52)씨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75)를 모시면서 가정파탄 위기를 겪었다. 남편과 이혼얘기가 나올 정도로 싸웠고 시동생·시누이들과도 다투었다. 시어머니의 괴이한 행동에 놀라 불평을 터뜨리자 남편은 『어머니를 구박한다』며 화를 냈고 시동생과 시누이들의 눈초리도 험해져 갔다. 어머니의 증세를 직접 목격하면서 남편은 이제 김씨를 이해하게 됐지만 시동생·시누이들과는 아직도 냉랭한 사이다. 어머니를 모시려 하지는 않으면서 김씨만 비난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치매증세를 보인 것은 93년초. 건망증이 심해지면서 약간의 치매증상을 보였지만 시아버지가 말하지 않아 형제들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지난해 시아버지가 급환으로 세상을 뜨고 난 후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김씨는 시어머니의 망측한 행동에 질겁을 해야 했다. 며느리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아저씨」 「형님」이라 부르는 것은 그래도 나았다.

아침만 되면 『집에 가겠다』며 보따리를 싸 문을 나서기 일쑤였다. 몇차례나 행방불명이 돼 경찰에 신고하고 온가족이 찾아 나서 모셔 오곤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소변이었다. 양변기에 대변을 누고 나서 꼬챙이로 휘젓거나 바닥에 칠하고 변기에 발을 씻는 경우도 있었다. 이 모습에는 아이들이나 남편도 질겁을 했고 김씨는 『더이상 못 모시겠다』며 마구 화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말에는 시어머니가 가스레인지를 잘못 건드려 가스가 새나와 집이 날아갈 뻔했다. 다행히 아들이 먼저 발견해 위기는 모면했지만 그후부터는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시어머니는 「움직이는 폭탄」이었다.

얼마전 낮에는 동네 노인복지시설에 시어머니를 맡기면서부터 시간 여유가 생기고 시어머니 증세도 조금씩 나아졌다. 치매노인에게 인상을 쓰거나 화내서는 안된다는 점을 알게 돼 요즘은 웬만하면 이해하려고 애쓴다. 다만 시동생이나 시누이들이 『고생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 줬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그는 『치매 문제는 개인이 해결하기엔 너무 힘들고 많은 희생이 따른다』며 『국가적인 보호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배성규 기자>

◎상담소에 쌓인 노인들 고민/“일자리·이성친구 그립습니다”

『아내와 사별한 후 며느리 눈치보기가 점점 힘들어요. 매일 나갈 수 있는 일자리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토목기사 자격증이 있지만 기술직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어디 경비원 자리라도 얻을 수 없을까요. 일흔이지만 아직 건강에는 자신있습니다』

『20년전 상처한 퇴역 군인입니다. 이야기 상대가 없어 너무 외롭습니다. 풍족한 재산은 아니지만 둘이 먹고 살만은 합니다. 여생을 함께 말동무라도 하며 지낼 분을 소개받을 수 없을까요』

각종 노인상담창구를 통해 나타난 보통 노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취업과 이성교제 문제다. 노인전문 상담기관인 「한국노인의 전화」(회장 이성우)가 최근 2년간 상담건수 5,430건을 분석한 결과 취업상담이 29.7%, 이성교제 상담이 10%를 차지했다. 양로원 등 시설관련 문의도 15.9%로 조사됐지만 이중 3분의 2가량은 가족들로부터 들어온 상담이었다. 취업고민과 이성교제 상담은 본인이 직접 전화한 비율이 95%와 85%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노인의 전화 강병만 사무국장은 『유교사상이 강한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성교제와 관련한 고민은 상담에 나타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인들에게 교제 모임에 참여하도록 권유하지만 아직 쑥스러워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드러내지 못하는 또다른 고민은 성문제. 노인 전문지 「골든에이지」가 최근 전국의 60대 노인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의식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6.5%가 『성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별로는 남자노인의 63%가 관심이 있다고 응답, 여자노인의 30%보다 훨씬 높았다.

정신과전문의 신승철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육체는 쇠약해지지만 성적욕구는 크게 감소하지 않는다』면서 『육체적 쇠약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성문제에 대해 더 예민해지는 노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68세된 여성노인이 팔다리 마비증세로 찾아와 진찰을 해보니 실은 성적욕구에 대한 무조건적인 억압이 주원인이었다』면서 『노인의 성고민을 주책이나 망령으로 낙인찍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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