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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모의 날/중수부장 수사중 경질 초유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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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모의 날/중수부장 수사중 경질 초유사태

입력
1997.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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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지경” 충격과 경악/“자업자득,자성계기로 삼아야”/일부선 검찰총장 책임론 제기21일은 검찰사상 최악의 날이었다. 하오 4시께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서초동 검찰청사는 순식간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설마했는데 이럴수가…』 『사건 수사중에 수사책임자를 경질하는게 말이 되느냐』는 격앙된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자업자득』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기수 검찰총장은 외부인사들과의 접촉을 끊고 하루종일 침통한 표정으로 깊은 생각에 잠겼고 대검 간부들도 허탈하고 침울한 모습으로 일손을 놓았다.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수사중 전격 경질된 최중수부장 방에는 휘하 과장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모여앉아 향후대책을 숙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지검도 초상집 분위기였다. 한 간부는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느냐』며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젊은 검사들은 『검찰이 한보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인 희생양이 됐다』며 『수사 책임자가 중도에 하차하는 분위기에서 어떻게 검찰권을 행사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수사검사는 『은행에 대출압력을 넣고 거액의 뇌물을 챙긴 사람은 정치인인데 왜 수사한 검찰이 모든 오물을 뒤집어 써야 하느냐』며 정치권을 원망했다. 이 날 대검청사에서 열린 전국 공안부장회의에 참석했던 일선 지검·지청 부장검사들도 『국가기관인 검찰을 이처럼 흔들어 어쩌자는 것이냐』며 검찰의 사기저하를 우려했다. 그러나 한 검찰간부는 『검찰이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은 자업자득의 측면도 없지않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다는 점을 감안,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일각에선 『수사책임자가 합리적인 이유없이 중도하차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검찰 수뇌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일선 검찰들이 누구를 믿고 일하느냐』며 검찰 최고수뇌부의 책임문제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지시를 받아 수사를 하는 곳』이라며 『수사에 잘못이 있다면 중수부장 차원이 아니라 중수부를 지휘하는 검찰총장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중수부장실에는 고영주 공안기획관을 비롯한 공안부검사 전원이 찾아와 30여분동안 머물며 위로했다. 한 간부는 방을 나오면서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해 눈시울을 붉혔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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