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차질감수… 수지개선 역점/긴축·규제완화로 민간호응 유도/문제점 백화점식 집대성만… 정치논리 배제가 관건강경식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장관들의 합동회견 핵심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이 가장 시급한 「발등의 불」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점이다. 구조조정이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시간을 두고 추진할 중장기과제가 아니라 당장 착수해야 할 당면과제라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노동법 개정에 따른 사회적 불안, 한보·삼미사태로 인한 금융경색과 국제신인도 하락, 국제수지적자 확대, 자신감 상실, 경기순환적인 상황, 대선 등 메가톤급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 이를 두고 재정경제원 간부는 『국민 대다수가 심리적인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고 표현했다.
때문에 앞으로 경제정책은 시급한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규제완화를 강력히 추진, 기업과 국민의 호응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번 합동회견의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구체적으로 ▲경제불안요인 해소와 안정노력 강화 ▲국제수지 방어를 위한 긴축재정운영 ▲진정한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위한 과감한 규제철폐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활력 회복과 구조조정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합동회견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나라살림의 씀씀이를 우선 줄이겠다는 것이다. 경상수지적자 개선을 위해 수출을 늘리는데는 시간이 걸리므로 수입을 줄이기 위해 긴축을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세수목표를 2조원정도 줄임에 따라 정부예산집행도 그만큼 유보하며 내년 예산도 84년이후 처음으로 증가율을 한자릿수로 낮추고 무리한 세수증가는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누구도 언급하기 힘들었던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이나 사회간접자본(SOC)사업도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것으로, 70년대말과 80년대초 강부총리의 「강경식」 경제안정정책이 되살아난 셈이다.
또 규제완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과의 관계가 종전처럼 수직관계이면 아무리 규제를 줄여도 효과가 없다며 양자의 관계가 수평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경원이 맡고 있던 경제분야 규제개혁작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담시켰다. 그래야만 경제운영에 정치논리가 끼어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최근 한보·삼미사태 등과 관련, 앞으로 어떻게 구체화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고용안정을 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사람을 수요에 맞추어 길러내는 교육, 입시교육이 아닌 취직중심의 교육이 되도록 고쳐나가겠으며 물가도 지수보다는 생활비안정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때문에 이날 합동회견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모든 것들을 백화점식으로 집대성했다는데 의의가 있을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강부총리는 성장률이 5%대로 낮아져 실업이 늘어도 이를 감내하고 대통령선거나 정권 마지막 해라는 정치적 상황에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강부총리의 평소 지론대로 경제운영에 있어 지난 10년간 우선되어온 정치논리가 이번에는 경제논리로 대체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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