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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김승일/세계사는 곧 음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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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김승일/세계사는 곧 음식사?

입력
1997.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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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혁명 원인제공 소금세/항해시대 열었던 후추/노예무역 배경된 설탕/바나나사에 무너진 정권「눈에는 눈」이라는 동해보복형으로 유명한 함무라비법전에는 다음과 같은 맥주조항이 있다. 「제108조:만일 맥주집의 여자가 맥주 대금을 곡물로 받지않고 은으로 받는다든가, 곡물 분량에 비하여 맥주량을 줄인 경우 그 여자를 벌하여 물속에 처 넣는다」

최근 도서출판 예문에서 출간된 「인간을 지배한 음식 21가지」에 소개된 맥주관련 고사이다. 동국대 강사 김승일씨가 쓴 이 책은 음식문화의 바탕을 이룬 21가지 식품의 기원과 전래과정, 그것이 인간행동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음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호기심이 세계사에 드리운 공과를 그리고 있다.

「인간을 지배한…」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 소금 설탕 참깨 고추 마늘 후추 등 인간식욕의 근원을 이룬 향신료를 다루고 있다. 두번째는 고구마 감자 빵 면 옥수수 등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켜줌으로써 인류문명 발생의 동인이 되었거나 개개문화 고유의 주식으로 발달해온 식품을 살폈다. 끝으로는 커피 차 술 담배 회 아이스크림 인삼 등 인간을 도취시키고 지성과 감성을 자극하여 어떤 형태로든 문화의 다양한 변이와 흐름에 관여한 기호품을 설명하고 있다.

음식문화의 가장 근원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소금에 대한 기술을 보자. 고대로마시대에는 희소가치때문에 소금이 화폐의 역할을 대신해 관리와 군인들의 급료는 「살라리움(Salarium·소금이란 뜻의 라틴어)」으로 지급됐다. 영어의 「샐러리(Salary·봉급)」라는 말은 라틴어로 소금을 의미하는 살라리움에서 유래한 것이다.

소금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불가결했기 때문에 지배자로 하여금 민중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소금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정부가 소금을 전매하거나 소금 소비에 세금을 부과했다. 프랑스의 소금세는 프랑스혁명 발발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고, 1930년 영국이 인도인에게 내린 제염금지령은 인도 반영운동의 시초가 됐다. 특히 당나라의 소금전매제는 국가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황소의 난을 촉발시켰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욕망이 인간의 특이 행동을 유발시키는가하면 역사적 사건의 동인이 된 경우도 많다. 유럽인들은 주식이었던 돼지고기의 부패를 방지하고 입맛을 돋우기 위한 향신료(후추)를 구하기 위해 항해시대를 열었다. 그들은 결국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했으나 식민지 건설, 원주민 착취 등 어두운 세계사를 구축한 장본인이 되기도 했다.

17세기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홍차 커피 초콜릿 음료로 인한 설탕수요의 급증은 설탕생산을 위한 노예무역이란 슬픈 역사를 낳았다. 이밖에도 마늘에 얽힌 신화를 간직한 민족, 사랑받는 천덕꾸러기 라면, 바나나 회사에 무너진 정권, 프랑스 정치의 메카가 된 커피숍, 원숭이가 절벽에 심은 차나무, 청교도혁명의 원인이 된 담배, 중국인이 회요리를 금기시하는 이유 등 음식에 얽힌 뒷얘기를 재미있게 담고 있다.<여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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