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청문회의 계절이 오는가?88년 겨울 청문회제도가 의정 사상 처음 도입돼 국회에서 「5공비리청문회」가 막 열렸던 때를 기억한다. 거리에 인파가 줄고 택시가 멈췄다. 시청률은 50%를 넘어섰다. 국민이 TV에 눈과 귀를 붙잡아 매는 바람에 경제의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열기였다. 권위와 독재의 긴 터널을 막 빠져나온 국민들에게 청문회는 정치적 카타르시스였고 한풀이 마당이었다.
그러나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린 청문회에 대한 최종 평가는 어땠는가? 당시 본지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문회가 진상규명에 매우 기여했다고 생각한 국민은 15%에 불과했다. 대체로 기여했다고 대답한 사람은 40%였다.
정치권이 18일 한보사태 국정조사계획에 합의함으로써 청문회 생중계가 다음달 실로 8년여 만에 재개된다. 5공청문회에 비하면 열기가 다소 떨어질 지는 모르나 현철씨 문제로 관심은 고조돼 있는 상태다.
TV매체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있음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TV는 기본적으로 「쇼」의 속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거기에는 주연과 조연이 있고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다. 지난 번의 경우처럼 「청문회 스타」도 탄생할 것이다.
TV청문회는 참여민주주의와 여론을 활성화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연출되고 계산된 개인, 또는 정치집단의 이미지가 진실에 앞서 중요한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청문회가 진실규명보다 인기를 염두에 둔 선거운동으로 과열될 소지가 충분하다. 「라이브」는 없고 「립싱크」만, 「몸체」는 없고 「깃털」만 요란한 이벤트무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판의 코미디적 행태를 볼 때, 이번 TV청문회 속편이 잘못하면 한 편의 개그나 코미디로 변질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든다. 청문회의 연출자나 탤런트, 시청자 모두 8년 전의 스크랩을 뒤적여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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