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은 참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 음식점에 갔을 때 화장을 곱게한 종업원 아가씨가 전혀 손님의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무표정한 모습으로 주문을 받는 일을 경험했을 것이다.서비스의 표본이라고도 할 항공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내에서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인데 발권하는 쪽에서는 시중 식당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항공여객이 많아진 탓도 있겠지만 국내선의 경우 줄을 서서 표를 살 때 무표정은 견디기 어렵다. 그것은 친절·불친절의 차원이 아니라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한국인 특유의 무표정을 어떻게 바꾸겠냐고 체념하기에는 너무 안타깝다. 은행에서도 마찬가지이고, 학교의 학생들도 별로 다를게 없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그러니까 미소를 띨 일도 없고 상황을 파악할 필요도 없고 최소한의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는 태도가 사회를 너무 삭막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피곤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클라크 게이블한테 핀잔을 받는 비비안 리처럼 남부 특유의 가장된 미소를 짓고, 과장된 표정을 연기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옛날 학교앞 밥집 아줌마는 화장도 안하고 말투도 거칠었지만 얼마나 포근하게 학생들을 챙겨 주었는가.
서비스를 향상시킨다는 것이 곱게 화장하고 예쁜 유니폼을 입고 90도로 인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에 진실한 표정을 가지고 『당신 원하는 것을 알고 싶다』는 눈으로 쳐다보며 해맑은 미소와 센스있는 대화가 진행될 때 진정 인간관계의 감동이 생기는 것이다. 친절을 생명으로 하는 무한 경쟁시대에 국민 모두 「표정갖기 운동」을 전개해야겠다. 어른은 어른다운 표정을, 정치가, 사업가, 관료, 학자 모두 자기 나름대로의 당당한 표정을 갖도록 하자.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국적불명, 이 시대 한국특유의 무표정에서 벗어나 21세기에는 진정 살아있는 건축, 우리의 표정이 있는 건축을 만들어 자랑스러운 도시를 건축문화로 이끌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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