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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깨진 ‘후보가시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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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깨진 ‘후보가시화론’

입력
1997.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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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 이어 시월회도 “정치일정 조기제시” 요구/이 대표측선 내심 반색,다른 후보들은 떨떠름과거 여권내에서 정치일정은 일종의 「성역」이었다. 특히 후보조기가시화 주장은 대통령의 권력누수와 맞물려있어, 논의 자체가 금기시됐다. 그러나 김현철씨의 사법처리 문제까지 거론되는 지금, 여권내에는 성역이나 금기는 더이상 없어졌고 정치일정 논의도 사실상 개방된 상태다.

그 대표적 사례가 신한국당 초선의원 모임인 「시월회」가 18일 정치일정의 조기가시화를 담은 건의문을 내놓은 것이다. 또다른 사례는 김윤환 고문이 후보조기가시화를 언급한 대목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대통령의 통치권 누수라는 원칙에 걸릴 주제들이지만, 이제는 거침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백가쟁명식으로 전개될 대권논의의 서막으로 보일 정도다.

김윤환 고문이 주장한 후보조기가시화는 전당대회 일정을 당기자는 논리이다. 김고문은 구체적으로 『4월에 난국수습을 하고 5월에 경선규정을 고쳐 6월에 전당대회를 열자』고 말했다. 이 논리는 그동안 여권 핵심부가 언급해온 「7∼8월 전당대회」라는 일정을 수정하라는 얘기이자, 6월 이후에는 여권의 중심축을 새 후보에게 이양해야 한다는 복선을 깔고있다.

반면 시월회의 정치일정 가시화는 예측가능한 정치를 구현하자는 명분에 토대를 두고있다. 언제 경선규정을 고치고 경선의 선거운동은 얼마동안 하며, 전당대회는 몇월에 한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대선주자들이나 의원, 당원들이 확정된 정치일정에 따라 자신의 거취, 노선을 나름대로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후보조기 가시화론에 비하면 다분히 원론적이다. 하지만 정치일정이 가시화하면 확정된 전당대회 일자를 훨씬 앞둔 시점에서부터 대권경쟁, 의원들의 줄서기가 보다 노골화할 수 밖에 없다.

당내 대권경쟁의 측면에서 보면, 이 시점에서 우위를 구축한 주자가 유리하고 판세의 역전을 노리는 주자들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제약된다.

이처럼 후보조기가시화나 정치일정 조기가시화 논리의 이면에는 정치적 이해가 엇갈려있기 때문에 쉽사리 결론이 나기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일정에 대해서는 이회창 대표 진영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다른 대선주자들도 『원론적으로 옳은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주자들은 정치일정의 조기가시화가 이대표의 대세론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 내심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당 일각에서는 『난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치일정을 논의할 수는 없지않느냐』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후보조기가시화에 대해서는 극명한 대비가 나타나고 있다. 이대표측은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삼가지만 은근히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대선주자들은 『난국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해만을 중시하는 의도적인 논리』라며 반박하고 있다. 일단 내부 반대로 이 논쟁이 곧바로 확대되지는 않겠지만, 당헌·당규개정작업이 시작되는 내달초부터 정치일정, 후보의 조기가시화 여부는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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