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정치놀음 환멸’/실제론 불법헌금 관련/공화당 공세에 밀린듯앤터니 레이크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지명자가 17일 「워싱턴 정가의 정치놀음에 대한 환멸」을 이유로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레이크는 이날 하오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제출한 사표에서 『지난 석달동안 인내와 품위를 갖고 견뎌왔으나 정치서커스가 무한정 계속됨에 따라 인내심은 이미 잃어버렸고 품위마저도 곧 잃게될 것같다』고 밝혔다.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진사퇴 배경에는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우선 공화당측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그가 근소한 표차로 상원의 인준을 받게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레이크가 인준에 걸림돌이 될만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자퇴의 길을 택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레이크의 자진사퇴는 공화당측이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그에 대한 조사기록을 담고 있는 연방수사국(FBI)파일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같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FBI파일의 내용이 문제될 것은 없지만 레이크는 FBI파일이 공개되는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 대해 대단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하오 레이크를 백악관으로 불러 사의철회를 간곡히 설득했으나 그의 사퇴의사를 번복하는데 실패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레이크와 후임자 선정에 대해서도 논의했으나 상세한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CIA에서 잔뼈가 굵은 관리출신으로서 민주·공화당 양측으로부터 비교적 호평을 받고있는 조지 테넷 CIA국장대행, 제이미 고레릭(여) 법무차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공화당측은 지난해 12월 레이크가 CIA국장에 지명되자마자 94년 이란제 무기를 보스니아에 제공토록 했다는 의혹과 직무상 매각해야했던 28만달러 상당의 에너지 관련주식을 팔지않았던 점 등을 지적하며 3개월이 다되도록 그의 인준을 미뤄왔다. 공화당측은 또 최근 클린턴행정부의 헌금의혹이 이슈화하자 레이크가 96년 백악관 안보보좌관시절 중국정부가 미 의회선거에 불법자금을 동원해 영향력을 미치려한다는 보고를 FBI로부터 통보받았는지의 여부, 일부 문제가 있는 민주당 헌금자들이 수시로 백악관을 출입한 데 대한 보안관리업무의 소홀 등을 추궁해왔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