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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니 신도시 타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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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니 신도시 타당한가

입력
1997.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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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미니신도시는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가, 아니면 수도권과밀화만 초래할 것인가. 건설교통부가 최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서울 수색 용인 동백 화성 향남 인천 논현2지구 등 4개 지역은 기존 신도시보다는 작지만 인구 5만∼10만명을 수용, 웬만한 소도시에 버금가는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미니신도시를 건설을 계속해야 하는지, 현상태로 수도권개발을 억제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찬반 양론을 들어본다.<편집자 주> ◎찬성 의견/최재덕 건설교통부 주택심의관/서울 주택보급률 70%불구 택지고갈/인접지역 개발로 수요 해소 불가피

수도권에 택지개발사업을 확대할 것인지 여부의 밑바탕에는 수도권의 집값을 안정시킬 것인가, 아니면 방치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판단문제가 깔려있다.

우선 「집값 광란의 시대」로 일컬어지던 80년대 후반으로 돌아가보자. 87년 중반부터 부동산투기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당시 정부는 국세청은 물론 검찰까지 동원해 대대적인 투기단속을 벌였다. 그러나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65%에 불과할만큼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투기대책은 전혀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정부가 89년 수도권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공급이 가시화한 후에야 주택가격 거품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부가 올해부터 수도권 주택공급을 확대키로 한 것은 이들 5개신도시의 공급물량이 바닥나면서 시중에서 주택가격이 반등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들어 수도권에 주택을 많이 건설했지만 아직도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70%를 밑도는 상황이다. 반면 재개발·재건축사업지구 외에는 주택건설 가능지가 고갈된 상태여서 서울과 인접한 경기지역을 개발하지 않고 심각한 서울의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서울-경기간 교통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앞으로 전철망을 확충하고 도로를 넓히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 최대한 문제점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2002년에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을 90%수준까지 높인다는 방침아래 앞으로도 매년 수도권에 27만가구씩을 건설해나간다는 계획을 짜놓고 있다.

이같이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총 4,200만여평의 택지가 필요하며 현재도 경기도와 함께 택지로 개발할만한 지역을 협의해나가고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위해 수도권에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전혀 지정하지 않고 지방으로 인구분산을 유도하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공장총량제 실시, 대학신설 금지, 대형건물 신축제한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지방공단 분양가를 파격적으로 인하하고 도로 항만 등 지역 사회간접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따라 앞으로 수도권에 몰려있는 기업들 가운데 지방으로 이전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경부고속전철 건설로 전국이 반일권으로 되면 3공화국때처럼 서울인구를 지방으로 강제로 분산시키지 않더라도 지방으로 자연 이주하는 인구도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인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때를 기다리며 주택공급을 중단하고 있다가는 주택가격 앙등으로 우리 경제가 엄청난 혼란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주택공급 중단은 부동산투기 확산과 직결된다.

현재 시점에서 수도권에 택지개발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반대 의견/이경재 서울시립대 교수·환경생태학회장/녹지훼손·교통난 등 환경악화 불보듯/서울서 2∼3시간거리 자족도시 건설을

요즘 수도권지역은 대기 및 수질오염과 쓰레기처리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으나 묘안이 없어 사회전체가 자멸직전에 놓여 있다. 늘어나기만 하는 자동차는 대기오염을 계속 증가시키고 교통체증을 풀기 위해 녹지를 훼손, 도로와 주차장을 늘리건만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러나 대기오염물질을 정화시켜줄 녹지를 도로나 주차장으로 만드니 대기오염에 의한 인체 건강은 물론 도시생태계 전체가 위협받고 있다.

물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하수처리율은 고작 50%정도이니 모든 개울과 강은 물론 지하수도 크게 오염되고 있다. 물건 씀씀이가 늘어나면서 쓰레기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증가, 쓰레기처리가 각 도시의 최대현안으로 떠올랐다. 수도권의 이런 환경대란은 인구집중이 가장 큰 원인으로 환경문제해결을 위해선 인구분산정책이 지속적으로 실행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 건설교통부는 수도권 5개 지역에 인구 5만∼10만명의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지역은 수도권지역에선 드물게 자연환경이 잘 보호된 곳으로 신도시로 개발한다면 대규모의 녹지가 훼손돼 이에 따른 환경오염정화능력 감소는 수도권전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다가 이미 건설된 다른 신도시처럼 새 신도시도 「베드타운」화해 주민들이 대도시로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를 몰고 나올 경우 대기오염 증가, 도로건설로 인한 녹지훼손, 하수 및 쓰레기 증가 등이 수도권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자명하다. 이제 수도권에 더이상 신도시를 개발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신도시는 대도시에서 자동차로 2∼3시간 거리에 자급자족기능을 갖추도록 개발해야 한다. 신도시개발지역 선정은 경제 사회 교육적으로 일차 검토돼야 한다. 개발지역이 선정되고 주민경제자립 프로그램이 선행된 후 생태학자가 지역생태계를 면밀히 조사, 생태계순환이 끊이지 않는 범위에서 개발 및 보전지역을 선정한 뒤에 인구와 주택규모를 산정해야 한다.

현재 국내 대도시들이 자연환경을 무시한 채 무계획적으로 개발돼 환경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자 앞다퉈 자연공생도시인 생태도시 건설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막대한 투자를 해도 이미 도시규모가 자연순환능력을 넘어섰기 때문에 생태도시구현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도시건설이야말로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우리가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생태계순환이 가능한 범위내에서 생태학자와 건축가 도시계획가 사회·경제·교육학자 등 모든 전문가들이 참여, 학제적으로 통합 조사연구한 후 신도시건설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신도시개발 실패사례는 일산 분당 중동 산본 등으로 족하다. 이제는 후세가 신명나게 나비를 쫓아다니는, 자연과 공생하는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며 닭장을 쌓아 놓은 듯한 고층아파트만 늘어선 신도시개발은 곤란하다.

◎계획 발표후 집값 오름세 일단 진정/“수도권 과밀화 초래” 비판론 제기도

건설교통부는 주택가격이 심상치 않게 들먹이던 지난달 28일 전국 14개 지역 350만평을 신규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했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것은 분당 일산 평촌 등 90년대초 대대적으로 건설했던 수도권 5개 신도시이후 처음 인구 5만∼10만명을 수용하는 대규모 단지를 택지지구로 지정한 것이다.

수도권에 새로 지정된 택지개발예정지구 가운데 5만명이상이 거주할 미니신도시는 서울 수색지구, 용인 동백지구, 인천 논현2지구, 화성 향남지구 등 4곳이다.

건교부가 이처럼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건설키로 한 것은 지난해말부터 부동산시장에서 「수도권에 더 이상 분당 일산과 같은 주택단지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주택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분당과 강남을 시발점으로 일기 시작한 부동산가격 오름세는 강동 송파 목동 일산으로 번져갔고 급기야 서울 전역, 수도권일원으로 확산됐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건교부와 국세청은 1월말 대대적인 투기단속에 나섰으나 한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미니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후에야 수도권 주택가격은 진정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미니신도시 건설계획이 일단 주택가격을 잡는데 「효자」노릇을 한 것만은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하반기부터 본격 개발해나가기로 한 미니신도시들은 대부분 자족기능이 없어 심각한 교통난을 불러일으키고 수도권집중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건교부는 특히 앞으로도 50만평안팎의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어서 그에 따라 생길 수도권집중문제를 어떻게 해소해나갈지 정부와 지자체의 대응이 궁금하다.<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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