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총재에게 한보 500억 지원 부탁” 황병태씨/“공사 잘봐달라” 의례적 인사로 들어김우석씨/“야 국감자료 무마용 현금 1억 받아” 정재철씨/“당에 신고않고 개인 정치자금 사용” 권노갑씨17일 상오 열린 한보사건 첫 공판에서는 정태수 피고인을 비롯한 관련피고인 10명이 모두 출석한 상태에서 검찰측 직접신문이 진행됐다.
◇홍인길 피고인
―90년께 정태수 피고인과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한보그룹경영과 관련된 여러가지 법률문제를 자문해주던 김명윤 변호사의 소개로 알게 됐는가요.
『예』
―총무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전 정태수 피고인으로부터 휴가때나 추석, 설 등 몇차례 수백만원 정도의 용돈을 받아쓴 사실이 있나요.
『예』
―총무수석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인 94년 12월 정태수 피고인의 요청으로 프라자호텔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외환은행에 당진제철소 외환시설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달라는 말을 들었지요.
『예』
―그래서 장명선 외환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어 『무리가 가지않은 범위에서 대출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청탁을 했지요. 94년 12월 2억7,000만달러를 대출받고 난 뒤 정태수 피고인이 전화를 걸어 『고맙다』고 인사한 사실이 있지요.
『예』
―그후 95년 1월께 프라자호텔 객실에서 만난 정태수 피고인이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하면서 운전기사를 통해 승용차 트렁크에 현금 2억원이든 사과상자를 넣어준 사실이 있는가요.
『예』
―95년 6월께 프라자호텔에서 다시 정태수 피고인을 만났을 때 『한국산업은행에서 당진제철소 시설자금을 지원해 주다가 현재는 잘 지원해주지 않으니 김시형 총재에게 부탁해 달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나요.
『예』
―그래서 피고인이 한이헌 경제수석에게 『허허벌판에 말뚝을 꽂았을 때는 돈주고 공장 다 지어가니 돈 안주는 것은 모순 아닌가』라고 하면서 한국산업은행에서 시설자금을 지원해주도록 부탁한 사실이 있지요.
『예』
―96년 2월께 이철수 제일은행장에게서 『한보그룹에 대한 대출이 어렵다』는 전화를 받고 『당신은 돈장사를 하는 사람이니 알아서 처리하라』고 나무란 뒤 『내가 안되는 것을 되게 해 달라는 취지로 부탁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예』
―96년 11월말 또는 12월초 정태수 피고인에게서 조흥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이석채 경제수석에게 정피고인의 말을 전하면서 한보그룹을 잘 봐달라고 했지요.
『예』
―96년 12월께 정태수 피고인에게서 상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지태 상업은행장에게 대출을 부탁했으나 실제로 대출받지 못한 적이 있지요.
『예』
―정태수 피고인에게서 5차례 받은 10억원은 지구당 운영비 경조사비 등으로 사용됐다는데 그런가요.
『예』
―피고인은 검찰에 출두하기전 기자들에게 『나는 바람에 날리는 깃털에 불과하다』고 말한 사실이 있는가요.
『예. 그렇습니다』
―피고인의 발언은 한보그룹에 대한 은행대출과 관련해 「몸체」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전혀 그런 뜻이 아닙니다. (깃털이란)잘 아는 동료들이나 기자들에게 평소 본인을 낮춰 부르는 말입니다』
―「몸체」가 따로 있다는 뜻이 아니라면 피고인이 「깃털」이라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실세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한 말입니다. 하도 실세라고 해서 「내가 무슨 실세인가. 나는 바람에 날리는 깃털이다」는 의미로 무의식적으로 한 말입니다』
―평소 깃털이란 말을 자주 씁니까.
『예. 그렇습니다』
―배후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란 말이죠.
『예』
―피고인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소위 「홍인길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거나 배후인물들을 거명한 적이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데 왜 「홍인길 리스트」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도됐나요.
『저도 신문보고 알았습니다』
◇황병태 피고인
―지난해 10월 프라자 호텔에서 정피고인과 만났을 때 정피고인이 김시형 산업은행총재에게 부탁해 한보철강 운영자금 500억원을 지원받게 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예』
―그날 김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가능하면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같은해 12월 중순 강남 인터콘티넨탈호텔 일식당에서 정피고인을 만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2억원이 든 과일상자를 받았지요.
『당시 받은 돈에는 대출을 지원해서 고맙다는 뜻도 있었지만 연말이니 지구당 경비에 쓰라는 의미도 포함됐었습니다』
―정피고인으로부터 받은 돈은 지구당관리비 등 정치활동비로 사용했나요.
『처음에는 이사장으로 있는 예천전문대 기금으로 쓰려고 생각하고 받았는데 연말이 되다보니 여기저기에 썼고 올 3월 다시 모아 재단 재무이사가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우석 피고인
―94년 9월 롯데월드 호텔에서 정피고인을 만나 아산만 당진제철소 건설과 해안도로 개설문제,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수주 등의 이야기가 오가던중 정피고인이 잘 봐달라고 했나요.
『의례적인 인사로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마칠무렵 정피고인이 『특별히 좋은 사과를 준비했다』며 승용차에 실었는데 집에서 뜯어보니 사과밑에 1,000만원 다발 10개가 있었지요.
『예』
―그후 94년 9월 건설부 예산중 미집행된 불용예산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 아산공단 등 3개 국가공단의 산업지원도로에 사전조사비를 배정했지요.
『예』
―장관을 그만둔 직후인 95년 1월 서해안고속도로에서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 입구까지 연결되는 국도 34번선 영인―둔포의 도로확장공사에 대한 설계비가 배정됐는데 이것도 장관재직시 방침이 정해졌던 것이지요.
『집행은 후임장관이 한 것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94년 11월 롯데월드 호텔 객실에서 다시 정피고인을 만나 1억원을 받았고 당시 정피고인은 지구당 운영비에 보태쓰라고 하면서 아울러 한보그룹을 잘 보살펴 달라고 했지요.
『처음과 두번째 돈을 받을 때 모두 지구당 운영비 등으로 쓰라고 해서 정치자금으로 생각하고 받았고 내가 직접 물어보니까 『부담갖지 말라』고 해서 받았습니다』
◇정태수 피고인
―96년 봄 조승만 증권거래소 고문을 통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으려했으나 대출받지 못했다는데 사실인가요.
『조고문과는 당진제철소 공사 하청업체 지정관계로 알게 됐을 뿐 대출관계는 전혀 모릅니다』
―97년 1월 홍인길 피고인의 도움으로 제일 산업 외환 조흥은행에서 1,200억원을 대출받은 사실이 있나요.
『예』
―홍피고인에 전적으로 의존했나요. 아니면 따로 배후인물이 있습니까.
『전적으로 의존했습니다』
―93년 3월 정재철 피고인을 통해 권노갑 피고인을 소개받은 뒤 국회에서 한보그룹을 문제삼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권씨에게 5,000만원이 든 가방을 줬지요.
『예』
―한보그룹은 92년도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의 질의로 어려움을 겪은 사실이 있지요.
『예』
―93년 12월 롯데월드 호텔에서 다시 권피고인을 만나 같은 취지로 5,000만원을 줬지요.
『예』
―95년도 국정감사 무렵 국민회의 소속 박태영 의원이 한보그룹 대출관련자료를 제일은행측에 요청해 은행측이 상당히 난감해하면서 한보그룹에서 무마해주기를 바란적이 있지요.
『예』
―그래서 95년 10월 하얏트 호텔에서 정재철 피고인을 만나 이 문제를 상의한 뒤 정씨가 『권씨에게 부탁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자 준비해 간 1억원을 권피고인에게 전해달라고 했지요.
『예』
―그후 박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지 않았지요.
『예』
―95년 3월 하얏트 호텔에서 정피고인과 함께 김시형 산업은행 총재를만나 한보철강을 잘 부탁한다고 한 사실이 있지요. 이 때문에 정피고인에게 95년 10월 1억원을 준 것이지요.
『모르겠습니다.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권피고인에게 전달하라고 준 돈입니까. 아니면 그냥 정피고인에게 쓰라고 준 돈입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프라자호텔에서 준 돈은 기억이 나는데 하얏트호텔에서 준 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93년 3월 권피고인을 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뒤 국립극장 구내에서 5,000만원이 든 가방을 줬지요.
『예』
―권피고인이 호텔에서 가방을 들고 나가다가 다시 들어와 가방을 놓고 간뒤 극장부근에서 만나자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호텔보이에게 들켰기 때문입니다』
―96년 10월 하얏트 호텔에서 정재철 피고인에게 1억원을 준 것은 정피고인에게 준 것인가요, 아니면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들을 무마해달라며 권노갑 피고인에게 줬던 것인가요.
『권피고인에게 전하라고 줬습니다』
―당시 국민회의 소속의원 4명이 한보그룹 자료제출을 요구해 정피고인에게 이들의 이름을 전해줬지요.
『예』
―당시 산은총재 등 은행관계자들은 한보그룹 재정상태가 악화돼 더이상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지원을 거절했다는데요.
『그건 다릅니다. 당연히 해줘야 할 지원을 안해주니까 공사비는 줘야하고 어음을 발행하는 것 아닙니까. 뭔가 석연치 않은 게 있습니다』
―전환사채는 누구의 소유인가요.
『이 판국에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당진제철소 건설을 위해 90년부터 97년 1월까지 총 5조559억원의 자금을 조성한 것이 사실인가요.
『현재 실사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사를 해보면 알 겁니다』
―총조성자금중 실제로 시설자금에 투자된 3조5,912억원과 결손·운영자금으로 쓴 1조2,511억원을 제외한 2,136억원은 유용자금인데 어떻게 조성한것인가요.
『증권·부동산을 처분하고 개인수익금 등으로 조성했습니다. 그돈이 한보상사 대여금 계정으로 계상돼 있는데 한보상사는 20년전부터 제가 개인회사로 세운 것이어서 장부기재를 그렇게 한 것입니다』
―수사과정에서 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250억원은 아직도 사용처를 모르는가요.
『모릅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정재철 피고인
―95년 10월 하얏트호텔에서 정태수 피고인으로부터 국민회의 소속 박태영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한보그룹 대출자료를 요구하는 있는 것과 관련, 문제해결을 요청하며 권노갑 피고인에게 전해달라는 현금 1억원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예』
―다음날 국회에서 권노갑 피고인에게 이같은 부탁을 전해준 사실이 있는가요. 권피고인에게 그 1억원을 전달했나요.
『부탁은 했으나 돈은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 1억원은 내 지역구 관리비용으로 썼습니다』
―96년 10월 하얏트호텔에서 정태수 피고인으로부터 권노갑 피고인에게 부탁해 국민회의 의원 4명의 국감자료 요구를 막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권피고인에게 전달해 달라는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예』
―다음날 하얏트호텔 로비에서 권피고인을 만나 국회의원 4명의 명단을 불러주며 정태수 피고인의 부탁을 이야기했나요. 그때 권피고인이 『형님을 봐서 알아서 해드리겠다』고 대답한 사실이 있나요.
『예』
―그날밤 권피고인 비서를 통해 1억원이 든 가방을 전달했나요.
『예』
◇권노갑 피고인
―93년 3월 하얏트호텔에서 정태수 피고인을 만나 5,000만원이 든 가방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예』
―받은 돈은 어떤 명목인가요.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받았습니다』
―정태수 피고인은 국정감사에서 피고인과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이 한보그룹에 매우 난감한 질의를 해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도와달라는 취지로 돈을 줬다고하는데요.
『전혀 모르는 사실입니다. 아무런 대가도 청탁성도 없는 돈이었습니다』
―당시 정태수 피고인이 자신과 사업과 관련해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나요.
『하지 않았습니다』
―96년 3월 장충단 공원 부근 국립중앙극장 구내에서 정태수 피고인으로부터 5천만원이 든 가방을 받은 사실이 있나요.
『있습니다』
―무슨 명목으로 받았나요.
『순수한 정치자금인줄 알고 받았습니다』
―95년 9∼10월경 정재철 피고인을 통해 정태수 피고인으로부터 민주당 소속 박태영 의원의 한보그룹과 관련한 국정감사 활동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96년 10월경 정재철 피고인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가방을 전해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10월이 아니라 12월6일 이나 7일께 받았습니다』
―무슨 명목으로 받았습니까.
『조금전에 말했듯이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알고 받았습니다』
―여당 중진의원이 야당 2인자에게 정치자금을 준다는 것이 이해가 되나요.
『대학 1년선배로 평소 형님으로 모시고 서로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국감 무마조건이 아니라면 왜 국민회의 의원들이 국감에서 한보관련 질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모르겠습니다』
―정태수 피고인에게서 받은 2억5,000만원을 당에 신고했습니까.
『신고하지 않고 개인 명의로 모두 정치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정리=이영태 기자>정리=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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