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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 딸의 옷만들기/임덕용 디자이너(패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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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 딸의 옷만들기/임덕용 디자이너(패션칼럼)

입력
1997.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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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월이면 유럽 여러 도시들은 카니발로 온통 축제분위기가 된다. 그간 도시에서 맞았던 카니발을 금년엔 스키장에서 맞았다. 동계올림픽이 두 번이나 열렸던 인스부르크의 만년설 위에서 펼쳐진 카니발은 또다른 흥분과 환상의 즐거움을 주었다. 날개를 흔들며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커다란 나비인간을 비롯해 인디언 백설공주 쾌걸 조로 카우보이 드라큘라 해골 십자군 등 각양각색의 분장을 한 사람들. 자신이 분장해서 즐겁고, 남에게 보여주어서 즐겁고, 남들이 자신을 보고 즐기는 것을 보고는 또 즐거워지는 것이 카니발이다.딸 유리가 태어난 뒤 내게 카니발은 더 중요해졌다. 세 살 넘은 유리를 어떤 모습으로 분장시켜야 할까가 커다란 고민으로 떠올랐으니 말이다. 요즘 유리는 유치원에서 자신이 축제날 입을 옷을 직접 만든다. 원단에 패턴을 뜨고 재단해서 봉제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이런 일은 유치원 보모선생이 하고 아이들은 흰 원단에 그림을 그리거나 감자에 문양을 파서 물감에 묻혀 무늬를 천 위에 찍는다. 색종이를 자르거나 구겨서 왕관을 만들기도 한다. 한창 카니발이 무르익은 주말에는 부모들을 유치원에 초청해 춤과 노래 발표회를 가진 후 자신들이 만든 옷을 입고 마을을 돌아다닌다. 오색 색종이가 하늘과 땅을 구분할 수 없게 뿌려지고 아이들은 축제의 주인공이 된다.

카니발이란 축제는 의류업계에서 쓰는 T.P.O개념(옷을 입는 시간 장소 목적)으로 보면 조금이라도 남보다 더 튀게 옷을 입는 날이다. 이런 날 입을 옷을 이곳 아이들은 스스로 궁리해서 만들어 입는 것이다. 이 아이들이 자기 손으로 옷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감각과 즐거움은 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 가져보지 못 했던 「창조」 그 자체일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으나 대학에서야 미술을 전공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야 의상 디자이너의 길에 들어섰던 나보다 유럽의 어린이들은 최소한 20년은 빨리 옷에 대한 개념을 터득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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