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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지인,중인,하우인/이기창 문화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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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문제로 벌써 2개월 가까이 나라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그러한 파문을 지켜보면서 우리사회, 특히 지도층의 도덕불감증이 그토록 심각한지 새삼 놀라게 된다.굳이 서구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높은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소위 지도층 인사들의 일그러진 모습은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세태, 결과만 좋으면 과정을 도외시하는 풍토가 사회에 만연돼 있고 그러한 분위기는 어느 특정계층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공동책임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모두가 사람 사는 도리를 잊고 외면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얼마전 김유혁 단국대 교수의 책에서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다(김교수는 부총장과 퇴계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 책에 따르면 성리학에서는 사람의 됨됨이를 상지인, 중인, 하우인의 3가지로 나눈다. 기준은 개인의 타고난 기질로 정한다. 기는 맑으냐 흐리냐 하는 청탁, 질은 순수한가 아니면 얼룩져 있는가 하는 수박을 기준으로 삼는다. 상지인은 기가 맑고 질이 순수한 사람, 중인은 기가 맑지만 질이 얼룩졌거나 아니면 기가 탁하고 질이 순수한 사람, 하우인은 기도 흐리고 질도 얼룩진 사람을 가리킨다. 기는 마음의 상태, 사고력, 통찰력 등을, 질은 몸가짐, 행동, 책임감, 예절, 신뢰성 등을 의미한다.

상지인이 물론 가장 이상적인 사람의 됨됨이다. 그러나 선현들은 상지인의 조건을 갖춘 사람은 무엇보다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자기관리를 잘못하게 되면 가장 못난 사람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남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이 삶의 자세를 옳지않은 방향으로 돌릴 경우 사회에 해악을 미치게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자기관리란 다름아닌 수신제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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