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그러나 지루했던 길/단순한 구성불구 주제 일관성 잃어 산만KBS1 신TV문학관의 화두는 늘 「길」이다. 인간과 세상을 이어주는 그 길은 구원이자 (길위의 날들), 자아상실(슈퍼마켓에서 길을 잃다)이었다. 「천지간」에서 외딴 바닷가로 가고, 도시로 되돌아오는 길은 생사의 통로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걷는 길」(원작 이순원, 극본 홍영희, 연출 윤석호)로 존재의미(자리찾기)를 탐구했다.
소설가 수호(김영철)가 중학생이 된 아들 상우와 함께 한겨울 대관령 산길을 걸어서 내려간다. 고향 가는 길이다. 수호는 유년시절의, 어찌보면 부끄러운 가족의 얘기를 소설로 펴냈다. 그 유년의 기억이란 어느날 불쑥 집안으로 들어온 아버지의 여자인 수색댁(조은숙)과 자신의 관계, 그리고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어머니는 수색댁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기위해 다섯남매중 셋째인 수호를 아들로 정해 그에게 「엄마」라고 부르게 한다. 그 이상한 관계 속에서 어린 수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고, 수색댁이 떠난 후 갈등하고 반항했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은 이 우울하고 불안한 모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 내 한세대가 지난 현재의 자신과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상우에게 삼투시킨다. 그것은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원망했던 수호가, 그리고 수호에게 실망하는 아들 상우가 저마다 아버지를 이해하고, 관계를 찾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궁암수술을 거절하는 어머니에게서 수호는 다름아닌 「어머니의 아들」임을, 산길을 걸으며 상우는 아버지의 깊고 넓은 사랑을 확인한다. 밤 늦은 시간 동구밖에 나와 기다리는 늙었지만 우뚝한 아버지는 용서와 가족의 상징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산만하고 지루하다. 긴장감을 해치는 원작을 따른 내레이션 기법, 과거와 현재의 이분법적 분할의 반복 등 구성은 단순한데 반해 주제의 일관성이 부족, 스스로 힘을 잃어버렸다. 처음 한 여자(수색댁)와 아이의 관계와 수호와 상우의 세대 간의 갈등에 머물다 마지막 정체성 문제와 아버지의 존재의미로 돌아섰다.
문학작품에 의지하고, 아름다운 영상만을 추구한다고 드라마가 문학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압축과 주제의식과 새로운 표현방식을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는 신TV문학관. 「아들과 함께 걷는 길」만큼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듯하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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