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거인 헬무트 콜 총리가 재작년 며느리를 보았다.그러나 총리 아들의 결혼식이 언제 어디서 있었는지 정확히 아는 독일국민은 없다고 한다. 며느리가 누군지는 물론, 아들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기도 마찬가지다. 언론매체에 보도된 일이 없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독일사람들이라고 최고 권력자의 사생활이 궁금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권력자 자신이 극구 숨기니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숨기는 정도가 아니라 총리도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 아들에게서 2세가 태어나 총리가 할아버지가 됐다는 사실이 최근 현지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권력자의 사생활이나 가족 관련사가 밖에 알려져 좋을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콜 총리는 친인척 비리를 막고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사적인 일은 일체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토록 엄격한 주변관리 덕분에 총리 재직 15년동안 그의 주변에는 단 한 건의 가족스캔들이 없었다.
엊그제 어느 신문 시사만화를 보고 깃털이니 몸체니 하던 유행어가 다시 떠올랐다. 김영삼 대통령과 차남 김현철씨의 얼굴이 오버랩돼 있고 몸체는 하나인 인물이 정·관·군·언론계 등 요직에 인형들을 밀어넣는 만화 제목은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은?」이었다. 아래쪽의 답란에는 「김영철」이라 적혀 있었다. 부자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 만든 것이다.
자유당시대에 이승만 대통령의 양아들(이강석)을 「귀하신 몸」이라고 떠받드는 아첨배가 있었다. 5공화국때 대통령의 동생을 「대군님」이라고 부른 무리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 공직도 없는 대통령의 아들이 「소통령」 「부통령」 「황태자」란 말로 불린 일은 없었다. 더구나 총리 당대표 장관에서 공영방송사 이사까지 온갖 인사와 국정의 구석구석에 그의 손이 닿지않은 곳이 없었다니 이런 일은 일찍이 없었다. 대통령 이름까지 바꾸는 심각한 민심이반 현상을 왜 제대로 읽지 못하는지 답답하다.<논설위원실에서>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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