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측이 대표 지난달 대표직 요청·최종선택 고심하다 결국 낙점/이 대표측이수성 영입·이한동 대표설에 이 대표 청와대 찾아가 담판이회창 신한국당대표 지명은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이후 인사때마다 구사해온 「깜짝쇼」의 재판이었다. 그만큼 전격적이었고 보안도 철저해 숱한 뒷얘기를 낳고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3일 『김대통령은 12일 상오 9시30분께 청와대에서 이회창 고문을 만나 대표 지명을 통보했다』며 『김대통령의 결심은 최근에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는 이대표지명이 상당한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과정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수차례 발언을 번복해 당내외에 극도의 혼란을 빚게했으며 이들은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이대표의 지명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시점은 김대통령이 한보사태 수습을 위해 이대표를 포함한 당내외 인사들과 연쇄면담을 하던 지난달 20일께이다. 당시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을 만난 이고문이 정국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자신에게 대표직을 맡겨줄 것을 요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하지만 김대통령이 그를 대표로 발탁하겠는가』라며 이대표지명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고건 총리와 함께 이한동 신한국당상임고문이 김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런 전망은 곧 힘을 잃고 이고문이 유력한 대표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이런 외부관측과 달리 여권핵심부는 이고문이 계속 경선참여를 고집하자 내부적으로 최형우 고문의 대표기용을 심각하게 검토했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강인섭 정무수석이 지난 8일 『전국위원회까지는 아직 날짜가 많이 남았다』며 인선작업이 새로 시작되었음을 시사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고문측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던 것도 이즈음이었다.
한편 청와대주변에서는 이신임대표가 8일 김용태 비서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경선이 과열되면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며 자신의 대표취임을 강하게 요구한 것이 대표지명의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최고문이 쓰러진 11일 김실장이 『대통령이 어떤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게 이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신임대표 캠프에서는 13일 이대표와 김대통령과의 5일 「청와대담판」이 사실상 이대표임명을 끌어냈다는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대표도 이날 아침 구기동 자택을 찾아간 기자에게 『어제 청와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대표에 임명되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요청으로 청와대에서 김대통령을 독대, 모종의 「성과」를 얻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날짜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전날인 4일 이수성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당고문에 임명됐고 당대표로는 이한동 고문이 유력했었다. 측근들은 『두가지 사실들이 이대표를 대단히 열받게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같이 자신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되지않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측근의 표현대로라면 당시 이대표는 「씩씩 거리면서」 청와대로 갔으나 1시간30분간 요담을 마치고 나온뒤 이고문의 표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대표진영에서는 이를 「청와대담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는 반증으로 보고있다. 김대통령의 평소 스타일로 미뤄 이 자리에서 대표직을 약속했을 개연성은 희박하지만 적어도 「후보군 정리」와 「힘 모아주기」정도의 감은 확실히 전달받았을 것이라는게 이대표 핵심측근들의 관측이다. 그뒤 최형우 고문의 입원, 김현철씨문제의 재부각 등 여러 돌발변수들이 생기면서 김대통령에게 이회창 대표 카드를 선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손태규·홍희곤 기자>손태규·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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