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주소 띄워 손님맞이 새 풍속도/민간·여성단체 등도 유료민박 참여 활발11일 하오 7시. 경기 고양시 일산 마두동 한 빌라. 집 주인 오승훈(40·무역업)씨가 저녁을 먹자고 작은 방 문을 두드린다. 나온 사람은 미국인 제리 메이슨(50)씨. 샌디에고에 사는 소설가로 우리나라와 러시아 일본을 무대로 한 두번째 소설의 자료 수집차 5일 한국에 왔다. 14일 떠날 때까지의 숙소는 오씨의 집. 한국이 처음이라는 메이슨씨는 『한국인의 생활을 경험하고 값도 싼 숙소를 찾기위해』 인터넷을 두드려 보았다. 오씨의 집은 인터넷에 나오는 유일한 한국 민박가정. 하루 30달러에 아침 저녁식사는 물론 공항 영접까지 해준다. 무엇보다 장점은 생활속에서 배우는 한국문화. 저녁식사 시간은 자연스런 문화강좌 시간이 된다. 메이슨씨는 『미국에서는 아무리 배우려해도 안 되던 젓가락질을 여기서는 금세 익혔다』며 조린 멸치 한개를 날렵하게 들어보인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 전세계 사람들을 사귀게 해주려고』 지난해 8월 인터넷에 「서울의 제찬네에서 민박을」이라는 홈페이지를 띄운 후 오씨네는 1주일에 1명꼴로 외국인을 맞고 있다. 미국 뿐 아니라 브라질 덴마크 프랑스 캐나다 필리핀 홍콩 일본 사람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대부분 한국방문이 처음인 이들은 이 집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은 후 「호텔에 안 묵길 잘했다」(페테르 안데르손·덴마크) 「이 행복한 가정에 다시 오겠다」(크리스와 브레트 래이너·미국) 「한국사람과 문화를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권한다」(다고베르토 헬리오·브라질)는 추천사를 인터넷에 띄웠다. 아들과 13살짜리 한국입양아 딸을 데리고 온 미국의 데이비드 버제스 부부는 『가족처럼 대해주고 한식 만드는 법을 가르쳐줘서 고맙다. 우리는 친구다』라고 감동을 전했다.
오씨처럼 외국인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국제민박가정이 늘어난다. 민간국제교류단체인 「라보」가 이달부터 유료 국제민박에 나서며 여성단체인 전국주부교실중앙회도 올해안으로 국제민박에 참여할 계획이다.
라보는 6대 도시에 2,500 가정이 회원으로 있으며 그동안 외국회원들과 무료 민박을 상호교류해왔다. 앞으로 회원이 아닌 외국인에게 1인당 3만원을 받고 아침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하게 된다. 이 국제민박정보는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에 알려준다. 참여 희망자는 연회비 2만원을 내고 「라보」특별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전국주부교실중앙회는 15개 시도지부를 갖춘 전국조직. 관광지 경주와 강원 제주까지 연결이 된다. 이들이 국제민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때 숙박난도 상당히 덜게되며 민간외교관 구실도 톡톡히 하게 된다.
국제민박의 장애는 「손님은 깎듯이 대접해야 한다」는 통념에 따른 부담감. 라보회원으로 89년부터 무료 국제민박을 해온 김호숙(43·서울 도봉구 쌍문동)씨는 『일본어를 전혀 모르면서 일본인 가족을 받은 지 9년만에 말도 글도 익숙해졌다』며 『능숙한 대화보다는 따뜻한 환대와 있는 그대로의 생활을 외국인은 원한다』고 들려주었다. 오씨는 『국제민박이 자리를 잡으려면 유치가정의 안전을 책임지는 보험상품도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집찾는 외국인 맞이 이렇게
오승훈씨와 김호숙씨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외국문화를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일러준다. 오씨는 가족과 대화를 않고 숙소로만 쓰려는 미국인을 쫓아내기까지 했다며 『한국문화를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은 받지 말라』고 단언한다.
①긴장하지 말라. 자연스런 태도가 최고이다.
②침대는 없어도 된다. 지퍼가 있어 쉽게 갈아끼울 수 있는 호청으로 싼 요와 이불, 베개면 족하다. 호청은 한 손님이 완전히 떠난 후 세탁한다.
③아침식사는 빵 잼 버터 달걀프라이 베이컨 주스면 족하고 한식을 원하면 같이 먹는다. 오씨는 야채죽도 좋고 김치찌개 된장찌개 잡채 콩나물국 자장면도 인기있다고 들려준다.
④한국음식을 함께 만들어본다. 오씨네는 만두빚기를 했고 김씨네는 불고기를 했다. 김치 만들기도 인기있다.
⑤옷을 넣을 서랍은 준비한다.
⑥이름과 「환영합니다」정도는 영어로 써서 방에 붙여둔다.
⑦물김치 백김치 등을 준비하면 맵지않아 좋아한다.
⑧윷놀이 제기차기 같은 민속놀이를 함께 하고 가족앨범을 보여주며 대화를 즐긴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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