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접촉 금지·핫라인통화도 거부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대통령)이 중동평화 회담의 장래를 걸고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와 「기싸움」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금기시해온 외국대표단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주관으로 직접 초청한데 이어 11일에는 이스라엘과의 고위급 접촉을 단절하도록 지시했다. 동예루살렘 정착촌 확대 등 강경일변도로 치달아온 네탄야후정권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아라파트는 이날 핫라인을 통해 걸려온 네탄야후의 전화에 응답을 거부했다. 네탄야후정권에 대한 격앙된 감정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현재로선 팔레스타인자치의 최종지위를 협상하기 위해 17일 시작될 예정인 이스라엘과의 3단계 협상도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당분간 평화협상의 공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아라파트의 초강수를 촉발한 것은 물론 네탄야후측이었다. 네탄야후는 동예루살렘 외곽 하르호마에 11번째 정착촌을 건설하기로 한데 이어 오슬로 협정을 위반한 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범위를 대폭 축소조정, 팔레스타인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들어 가자지구내 팔레스타인인들과 경찰간의 충돌이 빈발하면서 유혈폭동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과의 협상이 더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아라파트가 조만간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을 선포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내놓고 있다.
아라파트는 12일 유엔에서 정착촌문제가 논의되는 것을 계기로 전방위 외교공세를 통해 네탄야후정권의 부당성을 성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의 대응은 표면상 더욱 완강해지고 있다. 오히려 다비드 레비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11일 팔레스타인이 외교압박을 계속할 경우 중동평화과정을 동결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아라파트와 네탄야후의 대결이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처럼 위태롭게 전개되고 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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