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대선때 감기약 지어줘 인연/이후 현철씨 숱하게 만나 교분/메디슨사건 계기 심한 배신감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을 폭로한 박경식(44)씨는 12일 상오 서울 송파구 송파2동 G남성클리닉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영삼 대통령 가족 등을 알게 된 계기와 현철씨와 멀어진 경위 등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자신이 발언한 뒤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문답을 통해 박씨는 김희완 현 서울시정무부시장이 국민회의 송파갑지구당 위원장일 때 현철씨의 통화내용을 녹음하도록 부탁한 적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으나 한보그룹 정보근 회장과 현철씨의 관계에 대해서는 끝내 확인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김부시장은 『(주)메디슨사 특혜의혹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박씨를 만난 적은 있으나 그같은 말을 한 적도 없으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발언요약=우리 이모부가 (자유당 시절)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장택상씨의 비서를 지낸 적이 있기 때문에 김대통령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다 87년 대선 당시 김대통령이 감기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감기약을 들고 찾아간 것이 계기가 돼 김대통령의 주치의까지 하게 됐다. 대선이 끝난 88년초 제주 하얏트호텔에 함께 갔는데 김대통령이 「국회의원에 출마해보라」고 권유했으나 3차례나 고사했다. 대신 강보성씨를 추천, 결국 강씨는 당선됐다. 이후 김대통령 집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통해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92년 대선때도 현철씨가 당시 김상봉 비서관을 통해 「이번 대선에도 주치의로서 도와달라」고 해 YS캠프에 합류했다. 현철씨와 인상이 비슷해서인지 손명순 여사도 잘 대해줬다. 경호원들이 현철씨와 나를 혼돈할 정도였다.
대선후 청와대로 들어가기 전 김대통령이 「무슨 자리를 원하느냐」고 물었지만 「그냥 비뇨기과원장으로 남겠다」고 사양했다. 이후 현철씨와는 병원과 롯데·신라호텔 등에서 숱하게 만나 교분을 쌓았다.
그러다 장학노사건이 발생하기 1년전인 95년 현철씨에게 「장학노는 기사에게 집을 사라고 3,850만원을 주는 사람이니 조심하라」고 조언했으나 현철씨는 일축했다. 그 후에도 비리가 눈에 띄는 몇 명에 대해 얘기했지만 오히려 소원해지기만 했다. 더욱이 내가 「메디슨사건을 바로 잡아달라」고 부탁했을 때 현철씨가 「이민화(메디슨사 사장)는 무죄이니 그냥 넘어가라」는 내용의 엉터리보고서를 갖다줘 인간적인 배신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검찰과 안기부 등에선 나를 미친 놈, 정신병자 취급했다. 의사로서 매장될 뻔 했던 일도 여러차례 있었다. 지난해 9월 이홍구 대표가 「이민화는 이 시대의 영웅」이라고 발언한 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이 때 87년 YS공보비서관을 지낸 김희완 당시 국민회의 송파갑지구당 위원장 (서울시정무부시장)이 「(메디슨사건의 증거자료로 삼기 위해) 앞으로 김현철과의 통화내용을 전부 녹음하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다음 날 현철씨가 병원에 왔길래 평소대로 녹음(박씨가 원장실과 클리닉실에 설치한 폐쇄회로TV는 녹화와 녹음이 동시에 되는 기종)을 했다. 이후 집과 병원이 도청되고 있는 사실을 알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난 해 11월 친형(박경재 변호사) 사무실에 도둑이 든 뒤 현철씨와 결정적으로 사이가 멀어지게 됐다. 한 마디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경실련 양대석 사무국장과는 지난해 6월 메디슨 문제로 도움을 청하러 경실련을 찾아갔을 때 알게 됐다. 양국장은 그러나 당초 「왜 중소업체를 건드리려고 하느냐」며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갑자기 전화를 해 「YS의 주치의였던 것이 사실이냐」며 접근, 이후 20∼30차례 만났다. 양국장은 만날 때마다 「김현철의 비리가 담긴 테이프를 내놓으라」고 재촉했으며 2월20일 원장실에 있던 현철씨 녹화테이프를 훔쳐가 전화통화내용만 녹취한 뒤 「현철씨 여비서가 가져온 것」이라며 녹음테이프를 들려주기도 했다.
녹화테이프를 훔쳐간 사실을 알고 추궁하자 양국장은 며칠 발뺌을 하다 결국 「(현철씨의 비리에 대해) 양심선언을 해라. 그러면 메디슨문제도 해결해주고 신변도 경실련이 보호해주겠다」고 했다. 내가 「훔친 사실을 사과하면 용서하겠다」고 했으나 얼토당토 않은 답변만 해 결국 2월26일 송파경찰서에 절도혐의로 양국장을 고소했다.
◇일문일답=여기까지 얘기가 끝난뒤 기자들이 질문했으나 박씨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현철씨에게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갖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나.
『있다. 평소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해 보고 싶었는데 민영화한다는 이야기가 있어 「입찰하면 공정하게 심사되게끔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현철씨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박씨는 이때 「약속이 있다」며 병원을 빠져나가려 했으나 기자들이 20분동안 가로막고 질문을 계속하자 다시 병원으로 되돌아왔다.)
―한보 정보근 회장이 김현철씨와 비슷한 시기에 호텔 헬스이용권을 구입했다는 기존 폭로내용은 사실인가.
『(언론이) 소설쓴 것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인가, 아니면 보도내용이 거짓이라는 것인가.
『…』(박씨는 이때부터 안경을 벗어 닦고 명함을 만지작거리는 등 눈길을 딴데로 돌렸다)
―누가 소설을 썼다는 것인가.
『이 자리에 있다』
―더 폭로할 것이 많다는데 사실인가. 사실이라면 언제 폭로할 것인가.
『…』
―지금 이렇게 대답을 안하는 것은 김현철씨에 대한 인간적 배려 때문인가.
『…』(박씨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기자들하고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며 병원 팸플릿을 뒤적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박씨가 주장한 것중 맞는 것은 무엇인가.
『…. 여러분이 아무리 물어봐도 나는 대답 안할 것이다』(박씨는 이 대답을 한 뒤 곧장 병원을 빠져나가 택시를 타고 모처로 떠났다)<김관명 기자>김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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