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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있었나” 발빠른 조사/김현철 의혹­검찰 재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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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있었나” 발빠른 조사/김현철 의혹­검찰 재조사 착수

입력
1997.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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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폭발성 직감 기민한 대응/“축소수사” 비난여론에도 신경검찰은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인사개입 의혹 등을 담은 전화통화 녹음내용이 잇달아 공개되자 곤혹스런 분위기 속에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태가 검찰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현철씨를 다시 소환, 조사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날 G클리닉 원장 박경식씨가 『한보그룹 정보근 회장과 현철씨가 리츠칼튼호텔 헬스클럽 회원권을 비슷한 시기에 구입, 이용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직후 즉각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도 박씨의 주장의 폭발성을 직감한데 따른 반응으로 해석된다. 또 이같은 주장은 『현철씨와 정회장이 단 한차례만 만난을 뿐』이라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정면 반박하는 것인데다 정면대응하지 않을 경우 수사에 대한 전면적 불신을 낳을 소지도 크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의 대응은 현철씨에 대한 조사를 미루다 마지못해 고소인 자격조사으로 어물쩡 넘긴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김기수 검찰총장 등 검찰간부들은 석간신문이 나오기 무섭게 구수회의를 갖는 등 기민하게 대응했다. 이 회의직후 대검중수부는 정회장과 리츠칼튼호텔 관계자를 곧바로 소환, 현철씨의 헬스클럽 회원권 보유 및 이용여부, 정회장과의 접촉여부 등을 조사하는 등 속전속결식 움직임을 보였다. 검찰의 빠른 행보는 박씨의 폭로가 가져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고위층과의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검찰이 현철씨의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 당장 수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은 수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게 검찰의 공식적인 반응이다.

현철씨의 인사개입 의혹과 관련해 상정할 수 있는 죄목은 알선수재나 변호사법위반. 현철씨가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특수신분이지만 법률상으로는 일반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뇌물죄 등은 아예 성립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죄목의 경우에도 공무원 직무 즉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해 알선하거나 공무원에게 청탁하는 조건으로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약속했을 때에만 범죄가 성립돼 처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현철씨가 인사개입과정에서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명백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선뜻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법률상의 이유를 들어 현철씨에 대한 조사여론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는 검찰 스스로도 생각지 않고 있다. 박씨가 녹취해 공개한 녹음테이프에 나타난 현철씨의 인사개입 내용이 구체성을 띠고 있는데다 그동안의 소문을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보사건 수사결과를 두고 『축소수사』 『꼬리자르기 수사』라는 비난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검찰이 박씨의 주장을 외면, 덮어두기로 일관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우려마저 있다.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조사는 한보사건 수사의 연장선에 불과한 것일 뿐』이라고 수차례 강조, 현철씨의 인사개입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날 검찰이 보인 예민하고 기민한 반응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의혹이 불거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현철씨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재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높다는 게 검찰안팎의 시각이다.<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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